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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평론 미완의 기억

⌜마음의 숙제⌟5

by 김지숙 작가의 집

웹툰 평론 ⌜마음의 숙제⌟5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완성하지 못한 추억과 마주하면서 간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방안을 주제로 삼는다 선뜻 아픔과 상처를 들추지도 그래서 더욱 해결하지도 못해 앞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사람들은 아픔 상처 사고 등으로 발생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기억에서 벗어나려는 수순을 밟는다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벗어버리지 못하면서 그 문제에 갇힌 채 그 자리에 오래 멈춰 있기도 한 것이 이때문이다

13년 전 수련회에서 호선에게 마음을 고백한 이경의 회상장면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호선의 답을 듣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이 끝난다 왜냐하면 호선이 수련회 후에 행방불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호선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지닌 이경은 호선의 손길이 닿은 그 무엇이라도 보면 울고 그의 책상에 걸터앉아 생각하며 나날을 보내고 30살 이경은 집안 사정으로 홀로서기를 하는데 형편상 집세가 싼 흡혈귀 마을 이원동에 이사 온다 거기서 13년 전 짝사랑했던 유호선을 만난다

13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호선이 흡혈귀라는 사실에 이경은 당황한다 여기서 흡혈귀는 보통 사람처럼 산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있고 죽을 당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 설정은 현실성이 없는 환상성을 지닌다 하지만 흡혈귀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자를 상징하며 이경이 살게 된 이원동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지닌 자들이 모여 사는 곳을 상징한다

제목에서 보듯이 산자는 산자대로 죽은 자는 죽은 자대로 각자의 마음에 숙제를 안고 있다 동생 뒷바라지에 상경했다가 흡혈귀가 된 여음과 그것이 미안한 채 늙어가는 여경 호선을 살리기 위해 흡혈귀로 만들어야했던 봉원 갑작스레 사고를 당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난 호선 그리고 13년 동안 마음속에 쌓인 채 이경을 괴롭혀 오던 실종된 호선에 대한 마음의 숙제들을 풀어가는 방식이 나타난다 우리는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마음의 숙제가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고독감이 많아서 혼자지내는 경우가 많다 밥때를 놓치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다 이 점을 잘 아는 봉원은 음식을 만드는 건 다 같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서(15화)라고 말한다 또 이경이 아플 때에 봉원이가 우동을 끓여서 집으로 가져온다(20화) 여염은 호선을 위해 밥을 챙긴다(33화) 이경은 혼자서 맛집을 찾아가서 음식을 먹으면서 예전에 친구들이랑 전투적으로 맛집을 찾아다닌 기억을 떠올린다(59화) 결국 음식은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고 자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새겨주고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한편 다 함께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내는 마법같은 역할을 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숙제가 있는 현대인이라는 관점에서 주요 관심사인 마음을 다룬 이 작품은 상처가 있는 사람의 흥미를 끌어내기에는 충분하다 내용을 엮어내는 강한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며 족보가 안 맞아서 다 말을 놔(60화) 같은 대사는 블랙코미디의 대사 같은 날선 표현들이 매력적인 건 틀림없다 짬짬이 읽기 좋은 내용이 골격을 취하고 있으며 간결하고 속도감이 있게 전개되는 긴박성도 좋다 그리고 살아온 날이 쌓일수록 즐거움은 사라지니까(44화)인정하지 않으면 머뭇거리는 사이에 떠나버린다(48화) 사랑도 그리움도 함께 맞춰가는 시간 모든 걸 포함해서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건 이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61화) 가끔 속절없는 슬픔에 온 몸을 내어줬다(79화) 아플 리 없는데 너무 아파(76화) 어설픈 희화화에 본질이 희석된다 계속 너답게 살아 멋지지 않아도 좋으니까(78화) 등에서는 시보다 더 시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고 마치 여러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을 갖는데 바로 이 점이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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