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방어기제 回感

강정화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외로움의 방어기제 回感

강정화론




어느새 앞서려고 세월 건너 뛴

초등학생이 된 손녀딸 방과 후 숙제 챙기다

사각사각 연필깎이 기계에서

예쁘게 깎이어 나오는 연필 보며

비켜선 세월 저 너머

아들 나이보다 젊은 내 아버지 영상

현관 앞 동영상으로 비치듯 오시어

앉은뱅이 책상에 삼남매 앉혀놓고

오빠숙제, 동생숙제, 봐 주시다가

정성껏 몽당연필 필통 안 가지런히 채워 주신

무지개 빛깔 그리움 향기로 남아

불현듯 아무도 채근하는 이 없이

아무렇게나 팽개쳐 둔 낡은 기억들이

흑백 사진 마냥 남루하게 다가와도 몽당연필

그 시절 그때가 애타게 그립습니다.

-「몽당연필」



모성애가 생명과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보호와 책임을 제공하는 한편 삶에 대한 사랑을 키워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부성애는 이에 나아가 모성애의 맹목적적 자아도취가 지닌 일방성을 보완하는 한편 그에 대한 엄격함과 순종을 내포한다 따라서 부성애는 조건이 있는 사랑이다 (E. 프롬) 인간관계는 끝없이 변화하며 역동적인 환경의 한 요소로 이해된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심리적 갈등과 고통이 되기도 하지만 삶을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해주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특히 가족관계는 내용과 질에 따라서 개인의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몽당연필」에서 화자는 딸의 숙제를 돌봐 주다가 문득 몽당연필을 매개로 이미 지금의 아들 나이보다 젊은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화자의 기억 속에 내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필통 안 가지런히 채워주신 다정다감했던 부성애를 느낀다 프롬이 말하는 조건 있는 사랑은 아니다

이러한 친밀감은 자기공개 신뢰 이해 받고 있다는 점을 느껴야 비로소 발산 가능한 감정으로 화자는 자신이 진정한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여기며 추억 속으로 돌아가 행복을 느낀다 이러한 무지개빛깔 그리움 향기로 남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현실에서 오는 고단함을 극복하고 자신도 한때는 돌봄을 받는 존재였다는 부친 애착심이 나타나며 이로써 위로를 받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외로움의 방어기제 回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