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화론
유년시절 키 작은 그림자
뒤따라 갈 수 없는 신작로 길 따라
소달구지 요령소리 들으며
붉게 물든 저녁 놀 속으로
그리움 찾아 헤매인다
까치고개 올라 강건너 머나먼 길 떠난
야속한 그리움 기다리며
초저녁 하늘엔 샛별이 이슬 머금고
내 가슴도 흥건히 젖고 있다.
점점이 사위는 호롱불 아래
아리도록 그리운 이름
헤진 옷자락 꿰맬 적 떠올리며
졸고 있는 어린 나를
따스한 손 토닥이며 재워 주시던
꿈길 같은 포근함 잊을 수 없어
대답 없어도 불러본 이름이여!
-「유년의 강・1」
유년기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는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에 가지게 되는 모든 인간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온전한 자기존중감을 형성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설사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았다고는 하나 자기 외의 타인에게서 분리되는 이별을 경험한다 그것이 추억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이 이 분리 상태는 언제나 불안을 야기하게 되고 분리감을 온전히 극복해야만 고독감에서 해방된다
이러한 극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불안감에서 나아가 도피하려는 시도를 통해 강한 분리감을 갖는다 (E. 프롬) 「유년의 강・1」에서 점점이 사위어 가는 호롱불 아래서 화자는 현재의 고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적인 극복을 시도한다 그것은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인 손 토닥이며 재워 주시던 행복했던 유년을 떠올린다 부모의 사랑을 한껏 받았던 추억 속의 자신처럼 현재 자신도 누구에겐가 사랑을 받는 기쁨에 충만하려는 간절함이 담긴다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그 기억만으로 자신의 생명감을 고양시키는 한편 자기 안에 살아 있는 소중한 존재였다는 확신을 갖는다 강정화의 시집 「청하 강강술래」에는 어떤 가식이나 수식보다는 시인 본연의 삶의 모습들이 그대로 시화된 시들이 실려 있다 그의 시에는 거창하고 어려운 시적 기법이나 애매한 비유는 없다 그렇다고 나약하고 감상적이며 비인간적 내용과도 거리가 있다 한마디로 그의 시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시 안에서 그리움을 꿈꾸며 스스로의 내면을 시에 그대로 반추하면서 앞으로 잘 살아가려는 이유를 찾는 한편 삶의 근원적인 힘을 작품에 한 올 한 올 풀어내고 다시 지은 정성이 담긴다
결국 그의 삶에서 오는 외로움이나 그리움 등을 회감으로 보상 받으려는 심리기제는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과거의 행복감을 지속하려는 바램에서 온 것으로 이를 계기로 긍정적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심리적 치유이자 행복에 대한 열망과 노력을 보이는 스스로가 치르는 심리적 훈련으로 해석된다 이 시집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주제인 회감回感은 서정적 시의 화자가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방식이자 과거를 자신의 정조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현재화 하는 힘을 갖는다
이로써 지나간 일과 지금 일어난 일의 구분이 사라지고 현존하는 일보다 화자는 회감을 한층 더 가깝게 느낀다 또 주체와 객체 간의 경계를 지우고 서정적 상호 융화도 가능하다
따라서 회감은 현재 과거 미래의 구분이 사라진다 (E.슈타이거) 그의 시에 나타나는 회감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방어기제 중 하나인 보상심리가 작용한다 주로 추억의 공간에 닿아 있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이 되면서 삶의 참된 가치를 터득하고 꿈을 수정하는 지침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