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 시집『햇빛과 연애하네』

김규화론 - 한겨울 공원

by 김지숙 작가의 집



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

시집『햇빛과 연애하네』김규화론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인간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상호 유기적 관계에 놓인다 인간의 상상력은 때로 자연이 매개가 되며 서정적 사유에 바탕을 두는 한편 이를 형상화하면서 조응 변용 등으로 자연을 표현한다 이 자연은 시대적 상황의 대등물로 혹은 무의식의 상징을 포함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현대시에서 자연은 시대를 초월하여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때로는 부정적 면을 드러내는 매개물로 때로는 야성적이고 난폭함으로 혹은 장엄미로 인식되었다 시는 인간이 내쉬는 숨 덩어리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시에서 자연은 드러나기 마련이며 (G.G.바이런) 또한 시의 자연은 생활하는 장소 관찰 배경 혹은 동경 묘사 의인화 등으로 자연을 표현한다 (W.B. 예이츠) 자연은 인간에 의해 지배당하는 구조상의 특징을 지닌다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는 배려와 포용 혹은 괴리감 등의 다양한 특성으로 파악가능하다 브리콜라주란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1962)에서 사용한 용어로 원주민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사고를 가진다 부족사회의 문화담당자인 브리콜뢰르 (bricoleur)란 한정된 재료와 도구를 가지고 다양한 일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전의 결과물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이 브리콜라주 (Bricolage)이다

손에 닿는 어떠한 재료라도 가장 창조적이고 재치 있게 활용하는 기술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구체적인 것의 모아 문화의 부분 집합으로 야기되는 일종의 선명하고 강렬한 의미를 발광시키는 기술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주목한 점은 자연을 향한 시선에 있다 본 고는 자연과 사랑을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 양상 및 일체감 교감에 주목하는 한편 이들의 브리콜라주 양상을 살피려 한다



목도리 감싸고 산보하는 한 두사람의

걸어가는 발길에 걸리적거리지 않게

매서운 바람이 비질을 한다

한겨울 공원이 부지런하다

눈(目)길이 훤하게 나뭇잎들을 다 털어내고

가지 사이로는 피안(彼岸)도 보이게

팔이란 팔 모두 들어 올려 하늘로

한겨울 공원이 친절하다

벤치가 비고 야외극장의 무대가 비고

그러면 무대 너머 춤추는 한강이 있잖아요

있잖아요, 한강 물이 촐싹거리면

한겨울 공원이 따스하다

「한겨울 공원」




인디언 수쿼미시족 족장 시에틀(1786-1866)에 따르면 자연 속 모두는 신성하며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고 자연 모두는 인간의 형제이고 자매이며 한 가족이다 이처럼 자연 속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을 토대로 생존 생활하며 이들에게 자연은 삶의 원천이 된다. 자연과 인간이 화해하고 사랑하는 상황에 놓인 이 시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흔한 풍경이자 인위적 자연공간에 해당되는 공원이 배경이 된다

시에서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사유는 유기적으로 엉기고 조화를 이루며 자연과 인간이 원만하게 공존하는 상생의 관계에 놓인다 공원은 인간이 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곳이며 살아가는 바로 그곳이 삶의 주된 장소가 된다

다른 인위적 공간에 비해 비교적 자연 친화적인 공원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면서 나타나는 따뜻함으로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점을 찾기에 충분하다 눈길이 훤하게 나뭇잎 다 털어내는 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 이는 어떤 물질적 반대급부나 대가성 없이 행복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불교적 가치관과 유사하다 시에서 인간의 삶 속에서 공원의 존재는 자연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며 인간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가 나타나며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둔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과 긴밀히 결부된 자연은 바람이다 이 바람은 서정과 서경을 넘어 사람들이 걷기 편하게 비질하는 아주 재치가 넘치는 지혜롭고 눈치가 빠른 바람이다. 빈 가지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는 데 아무런 잎새도 달지 않은 나뭇가지는 사람들에게 피안을 제공하기 위해 자신을 비운 道人같은 바람이다 나뭇잎을 모두 털어내는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자연과 공존하는 조화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현명한 시의 자연은 새로운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공원 벤치 야외주차장의 무대 한강 등은 인위적 자연으로 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에게 따스함을 전하는 존재로 바뀌어 긍정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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