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화론 -평화호수
잔걸음 바장이다가도 바람이 스치면
호수는 전율한다
수양버드나무 두어그루
초록실타래를 바람부는 쪽으로 빗금 긋고
미루나무 줄 지어
손끝을 허공으로 사르어 보낸다
나무갑판이 포근포근 소리를 내며
그녀의 가슴에 사람의 길을 내어주고
물억새 물에 잠겨 있는 곳
쑥부쟁이 개망초 창포잎은
아, 슬프구나 가는 목을 흔들며
차가운 호숫물에서 발목을 빼내어
물가에 무리지어 서성거린다
저녁햇볕이 쬐는 쪽으로
무희의 반짝이 치마폭을 펼치는 호수
끝없이 따라가면 대붕의 발간 알 하나
하늘의 등에 업혀 있다
갈대가 둘러선 대로 호수는 둥그러지고
제 키를 호숫물에 거꾸로 누인다
호수 온몸으로 휴식을 부른다
「평화호수」
자연과 인간은 건강하게 공존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 성장과 개발의 결과로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는 인간 스스로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릇된 인간의 가치판단의 결과이다 이로써 자연은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놓인다
인간중심적 가치관은 자연을 정복하고 욕망의 도구로 자연을 사용하였으며 과학기술이라는 맹목적성에 이끌려 순수한 용도로서의 자연을 망각하고 살아왔다. 따라서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을 이같은 상황 속에 방치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차원에서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즉 자연과 인간을 분리 대립시키지 않고 동일하게 보며 윤리적 순환적 세계관을 지니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가치관은 물질적 욕망 자연 정복과 같은 비생태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 공생하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실천해야 하는 입장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에게 받은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시에서는 자연의 형상화를 통해 상상력을 표현하거나 감정을 내재시킨 은유를 자연물에 투사한다
사랑은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정서이자 상대를 간절하게 원하는 애착을 갖게 만드는 감정이다 사랑은 상대를 편하게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배려이며 상대를 믿고 마음을 터놓는 신뢰와 자기노출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랑은 평소 바람직하게 여기던 여러 특징과 호감이라는 상호 연관성 가운데 관계가 촉진된다 화자의 시선은 자연생태를 묘사하면서 이동하는데 호수 주변의 풀꽃들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자세하게 시각적 표현에 중심을 두고 펼쳐진다 인간에게 여러 종류의 혜택을 주는 자연과의 관계에 관심을 보이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공원의 자연은 화자의 자연을 향한 마음은 이미 과거의 순수한 자연 체험에 기반한 자연에 토대를 둔다
인간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너그러운 속성을 지닌 평화 호수 나무갑판 등과 같은 인간의 삶 가까이 존재하는 자연은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도움을 주는 긍정적이고 기쁨을 주는 감정의 상승관계에 놓이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긴밀하고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저녁노을이 비치는 호수가 마치 하늘의 등에 업혀 있는 대봉의 바간알 등의 표현에서 초감각적 자연을 떠올리며 이는 신화 속 상상력을 표현하는 동시에 화자 내면을 표출하는 매개가 된다
나무갑판으로 이 갑판은 기존의 효용도가 다 떨어진 물건이지만 그녀의 가슴에 사랑의 길을 내어주고는 나무갑판은 인간도 쉽게 해내지 못하는 일을 선뜻 해내면서 자연과 인간은 상호 감동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다양한 상상력을 드러낸다 전율하는 호수는 버드나무 미루나무 물억새 개망초 등과 더불어 자신이 존재하던 환경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상태로 나아간다
나무갑판은 자연을 대표하는 큰 의미를 지녀서 공감하기보다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하찮은 물건으로 그냥 버려질 수 있지만 화자는 나무갑판이 자기 몫의 일을 충분히 해 낸다는 점을 깨닫고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고 경험하는 상생의 가치관을 찾아간다
사람에게 마음의 길을 내어주는 미덕을 지닌 나무 갑판은 기존의 버려진 갑판이 주는 의미에서 나아가 배려심이라는 이미지를 재창조해 낸다. 낡고 삭으면서 점점 자연물로 되돌아가면서 더욱 인간의 심리적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뛰어난 이해심을 가진 나무갑판을 알아가는 화자의 섬세한 시선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