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
시집 『햇빛과 연애하네』

김규화론 「공기와 볼」

by 김지숙 작가의 집

김규화론 「공기와 볼」



산이 몸체 우뚝 세우며 부릅니다

두 볼을 얼굴에 달고 거기 오릅니다

펀펀하던 산길이 치오를 즈음

시월의 공기가 와글와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기는 두 손을 벌려

달구어진 두 볼을 옴쑥 싸 안습니다

헤엄치러 들어가는 물 몸의 바다입니다

볼만 드러내고 뛰어들면

공기는 밀리면서 자리를 내주고

시원의 공기는 싸 합니다

볼의 모세혈관이 더욱 흥분합니다

산소를 팽팽히 꿰 넣은

10미크론의 대롱이 20미크론으로 쪼개지면서 치오르던 산길이 다시 쳐 내리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공기가 유쾌한 두 손으로

다시 두 볼을 싸안습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이 쓰나미로 빠져나갑니다.

「공기와 볼」




산을 오르는 화자는 몸의 감각으로 자연과 동화하고 공기를 통해 겹겹이 이루는 감각적 이미지를 들추어 자연과 혼연 일체된다 화자는 섬세한 감수성으로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고 화자가 마시는 공기는 화자가 면밀히 관찰하고 전달하면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나아가 산을 오르는 상황과 주변을 둘러싼 공기의 움직임을 포착하면서 자연을 인간화하고 그 속에 어떤 의미를 투사하고 인간의 마음을 자연에 덧씌우는 자연을 향한 독특한 상상력이 나타난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생존하지 못한다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는 화자는 공기는 두 손을 벌려 달구어진 두 볼을 옴쑥 싸안습니다 헤엄치러 들어가는 물 몸의 바다에서는 자연과 심미적 교감을 갖는다 이에서 빚어지는 내적 아름다움은 화자 스스로 자연과 일체가 되는 행복감을 보여주며 자연 속에서 세밀하게 파고드는 과학적 현상을 의식하면서 화자는 희열을 느낀다

특히 유쾌한 두 손으로 다시 두 볼을 싸안는다는 점에서는 자연과의 일체감이 극대화되고 화자는 이를 체감하고 자연과의 긍정적 관계에 놓인다 화자는 자연 속 공기와 산속의 자연을 누리는 유쾌한 장면으로 화자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독자에게도 경쾌하게 전달한다 몸을 우뚝 세운 산 시월의 공기들은 오히려 화자를 불러 세우고 화자의 두 볼에 달고 오르는 능동적 자세를 취한 자연이다

힘들면 나무 그늘에 쉬는 공기와 같은 능동성을 지닌 자연은 급기야 화자의 두 볼을 유쾌하게 싸안은 자연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건강한 인간에게 사랑을 내어주는 적극성을 지닌 존재로 표현된다 이미 이전에 우뚝 솟아 높은 자세로 존재하기만 하던 산이 아니라 길을 가던 인간을 불러 세우고 인간의 볼을 감싼 다정다감한 자연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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