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화론
「고택」
뒤뜰에 작은 산 들러놓고
그 너머 더 높은 산 세워 놓은 어머니
흰저고리 검정치마 쪽지고 앉아
순종의 이마
대문쪽으로 약간 수그렸다
안방 대청문 사랑문 부엌문 헛간까지
탈곡기 풍구채 지게 소쿠리 다 내놓은
二자모양의 다섯칸 남향 어머니
나를 품어 안으려 한다
개다리 소반은 부뚜막 구석에
살강에는 식기를 가지런히 엎어놓고
문짝마다 들쇠에 걸어 처마까지 달아올린 대청마루에는
통통통 다섯 살 아이의 달음질로
햇빛을 앞세운 봉우리도 처마 끝에 와서 고개 삐죽 내민다
어머니 몸 열어 나를 내놓듯이
다시 몸열어 안으로 들이려 한다
대지에 아랫도리를 깊숙이 묻고
사방 튼튼한 귀기둥을 놓아
시간 저쪽의 시간을 세우고
공간 저쪽의 공간을 잡는다
마당가 연못에서 개구리도 숨죽인다
자연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성을 가지는 한편 인간을 대하는 것처럼 자연 역시 인간과 유사한 감정 활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자아를 확장하면 환경에 생명을 불어넣고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긴다 (Neil Evernden 1996)
시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고택과 비유한다 자녀의 양육이 주로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과정을 거쳐 무의식에 침전된 어머니의 이미지는 고택이 지닌 넉넉한 품과 화자의 어릴 적 추억까지 불러들이는 과거의 이미지와 관련짓는다 따라서 고택은 모성과의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 이 애착은 긍정적으로 관계를 생각하며 편안하게 잘 지내는 안정감으로 상처를 다독이며 희생이 기반이 된 사랑이자 생존주체는 모성애가 된다
화자는 고택을 어머니와 동일시시키는 심상이 나타난다 부모는 자녀의 최초의 역할 모델이며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관계 충족은 원만한 양육과정을 거쳐 성인이 된 후에 자신의 자녀에게도 성숙한 환경요인을 제공하는 원인이 된다 결국 인간의 내면에는 사랑으로 채워지길 기다리는 감정이 있다 양육의 과정에서 사랑이 가득 찰 때 아이는 잘 발육한다 화자는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다 산을 병풍처럼 세워놓은 가슴 속 어머니의 자연이 생각나는 화자이기 때문이다 대청마루에 놀러온 햇빛을 기억하거나 대지의 아랫도리를 깊숙이 묻어 둔 고택에서 자연과 잘 어우러져서 인간과 일체감을 일구어 낸 따스한 자연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