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시집 『햇빛과 연애하네』김규화론
「2월과 3월 사이」
서둘러 벗지 못하는 오버코트와 스웨트
그대로 3월은 까마귀
회색재를 뒤집어쓴
잿빛 포도에 쏟아져 나왔다
희뿌연 아지랑이 헤집고
햇살 내리는 도시의 가슴팍으로 들어갈수록
밤에만 북적이는 지하카페가
술로 얼룩진 카펫을 드러내면서 한낮에
부끄럽다 함부로 뱉어버린 껌 자국으로
검버섯 얼굴이 된 시멘트 길에
뭉텅뭉텅 몰려가면서 계절의 난간으로 치닫는 까막까치의 발걸음은 방향을 헛딛고
쌀쌀한 바람이 회오리쳐
겨울의 누런 얼굴을 찌그러뜨린다
뚱거리며 부산하게 봄이 온다고
자연은 힘의 논리에 의해 생명력이 파괴되어도 자정 능력으로 회복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간다 자연은 인간의 손길 앞에서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그 자연 속에서 인간은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무리한 경제발전으로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이로써 배출된 자연환경 파괴는 인간생명력을 위협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환경오염의 문제는 급기야 인간 현실적 삶에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범지구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이루며 생존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먹이 사슬의 최고점에 존재하는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 생명체의 사활을 쥔 바와 다르지 않다 파괴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속을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움에 놓인 이 시에서는 계절은 봄이나 메마른 도시의 풍경 속에 선 화자에게 보이는 도시의 봄은 회색재를 뒤집어 쓴 희뿌연 황사에 오염된 장소일 뿐이다
도시가 가까울수록 더 많이 오염되고 황폐화된 자연 환경이 나타난다 도시란 경제적으로는 풍요하나 화자가 맞는 도시의 봄은 건강하지 못하고 불안감이 엄습된 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삶과 죽음이 존재하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동화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과학문명의 발달로 물질문명의 가치는 극대화되고 자연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자연은 파괴되고 인간 스스로도 생존을 위협하는 상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