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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이기대




남으로 탁 트인 반딧불이 사는 끝자락

8억 년 전 분출한 화산암 구리광산 돌개구멍

말꼬리구조함각섬석 가마

말쑥하게 어우러지고

바드름히 빠져드는 절벽에는

뱃사람 무사안녕 빌며

바룩하니 서 있는 돌부처 바위

임란 때 수영성을 함락한 왜군연회

두 의녀가 왜장을 안고 떨어져

죽은 자리




해파랑길 1구간 출발점에 해당되는 이기대二妓臺는 명칭처럼 임진왜란 당시 두 명의 기생이 왜장을 끌어안고 절벽에 뛰어내린 자리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이곳은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시작된 해안산책로가 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륙도 농마위 어울마당 이기대 동생밀 경로로 이어진 4.6Km의 이곳에서는 광안대교 동백섬이 보인다 생각만큼 가볍게 걷는 곳은 아니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걸었다가 꽤 거리가 멀기도 하고 산길도 조금 험하고 계단도 많아서 초보자에게는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길이다

이기대는 부산에 오래 살다 보면 이런저런 모임에서 한두 번 정도는 찾아가는 곳이라 자연히 잊을만하면 한번씩 가게 된 곳이다 해안절개지가 파식대지 형태로 되어 있어 해식동굴 돌개구멍 등 지질 유산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있는 바위는 이름이 붙어 있어 그 이름을 붙인 의미들을 생각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게 걷는 방법이기도 하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동생말전망대는 LED 조명으로 새 단장을 했다 나름의 노력으로 이기대가 관광명소기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오래전에 갔던 아무런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기대의 모습과 나날이 변모하는 이기대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이기대의 의미는 가벼워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논개의 이야기와 사뭇 닮은 의기의 이야기가 밝고 화려한 포인트 조명과 LED 조명으로 더 화려하게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기보다는 단지 화려한 광안대교를 혹은 동백섬을 바라보는 장소로 기억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쉽다 이는 본질이 덮히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마치 한글날이 그냥 공휴일로 인지되고 마는 것처럼

본질을 파악하며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일의 근본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에 도달하는 일의 뿌리를 기억하는 것 그런데 이 본질은 보이는 현상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만느든 것이다 본질을 잃지않고 지속하게 되는 힘 그것은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현상에 가려진 본 모습을 읽어네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람들은 본질을 흐리고 현상에만 초점을 두고 사물이나 상황을 판단하기 쉽다 놓치기 쉬운 이유는 자신의 수준이나 형편과 처지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며 이는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을 고쳐 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교육을 많이 오래 받았다면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달라질 수 있지만 본질 본성은 쉽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더 단단한 자기 기준을 만든다 변화가 심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는 그 본 모습을 읽어내기란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두 기생이 왜장을 끌어안고 빠져 죽은 곳이래 생각보다 낮다 여기서 정말 죽을 수 있었을까 자기들은 왜 죽는대 다른 방법을 쓰면 되는데>

그냥 그렇게 이런 말들을 하면서 지나가는 이기대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히히덕 거리며 주고 받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르르 걸어가는 단체 여행객 속에서 들리는 말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그래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혼 없이 나오는 그 말들에서 그것도 이기대를 돌면서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숙연함이나 미안함 고마움 등은 찾을 수도 없고 내가 잘못 들은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낮은 자리지만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나라를 지키는데 일조를 하려는 그 마음에 대한 존경이나 위로의 느낌은 없다손 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일텐데 그 마음을 찾을 수 없어서 더 안타까운 경우이다 왜 그들은 역사의 사실을 그렇게 판단하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왜 선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행위가감히 내가 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한순간 한줌의 위트로 날려버랄만큼 작은 것으로 전락하는 것일까

이기대는 그 이름만으롤도 그냥 아려오는 장소이다 꽃다운 청춘이 나라를 살리겠다고 왜장을 끌어 안고 이슬처럼 사라진 장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어린 나이에 해 낸 걸으면 걸을수록 좀 더 숙연해지는 그런장소인데 말이다 사라지고 없지만 그 장소에 두 기녀가 들었다면 통탄할일이 아니었을까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을 가진 자를 위해 챙기고 싶은 나라는 아니었으리도 모른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이기대 한바퀴를 다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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