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

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시집『햇빛과 연애하네』김규화론

by 김지숙 작가의 집

「태안반도」





횟집여자는 발갛고 달콤한 바다의 살을 가지런히 썰어 식

탁에 올려놓는다 얼굴이 그을린 사내들이 취하여 흔들린다

창밖으로 멀리 입을 다물고 있는 수평선

수평선을 뒤로하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크레인선이

싱싱한 바다의 살을 깊숙이 누르고

그네를 뛰듯이 달려온다

한 아이가 새총 고무줄을 힘껏 잡아당기다가

새총마저 놓아버린다

두뱃길이 한 새총잡이에서 Y자로 모이고

두배가 나란히 붙어 한배로 출렁이면서

북서방 6마일의 바다가 20마일로 넓어진다

왁작왁작 달려온 해경(海警)들 속에

태안반도가 20마일로 검은 피를 쏟아낸다

자원봉사자 246만의 개미손이

돌멩이 한알 한알을 닦아내는 태안반도는

봄이 와도 시름에 겨웁고 지금

송림공원에 비 내리고

마을 사람들의 머리위로는 소문처럼 벚꽃이 환하다




인간은 절대자를 대신하여 자연을 관리할 청지기의 직분을 부여 받았다 (JamesA.Nash 이문균역 1997) 자연생태계에서 인간은 주체적으로 참여하였기에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본다 지나친 문명의 발달로 인간생명이 중심이 된 생각을 자행하면서 자연생태를 파괴하는 주체가 된 인간의 가치는 축소되어 인간이 자연에 참여하는 점을 최소화한다는 생각이 나타난다 자연은 생명의 탄생과 생육 재생 지속과 무한한 사랑을 제공한다 서구의 가치관에서 보면 인간과 자연은 서로 분리되고 자연은 인간에 의해 개발되는 대상에 불과하다 파괴된 자연환경의 대표적 예인 태안반도는 인간의 욕망으로 더 이상의 생명성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황폐화되었다 자연을 되살리기 위한 사랑의 작업으로 돌멩이 한 알 한 알을 닦아내는 인간의 정성으로도 자연은 원상태를 회복하지 못한다

파괴된 자연은 자정능력을 지니지만 복원력은 파괴하는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파괴된 자연은 삶을 파괴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시에서 화자는 인간이 저지른 무모한 자연 파괴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극복하려는 사려 깊은 의지를 보여주고 최악의 파괴적 상황을 극복하고 희망적으로 되어간다 인간의 삶에서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인간의 자중자애하는 손길 없이 건강한 자연이 지속되기란 쉽지 않다 바다의 살을 올려놓은 식탁은 황폐화되기 전의 바다를 표현하며 입을 다문 수평선은 상황을 예견한 듯 심각한 수준의 자연이다 검은 피를 쏟는 태안반도는 파괴된 바다와 송림공원 환한 벚꽃이 나타난 점은 상반된 모습으로 인간이 파괴된 자연에 대해 회복을 꿈꾸는 희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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