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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막걸리

낙동강 음식

by 김지숙 작가의 집

산성막걸리



거칠게 빻은 통밀이

노란꽃 피우면

다북다북 고루 핀 밀누룩 한장 한장

햇볕에 말리고 암반수로 지은

고두밥 고루 섞어 온도 맞춰 만든 막걸리

명절이면 큰 솥 위에 다시 얹은

솥 가장자리에 김새지 말라고

밀가루 으깨어 하얀 띠 두르고 잘 쪄낸 고두밥

한줌 동그랗게 뭉쳐 먹던

지금도 입속에 남은 엄마 손맛

커다란 단지 부둥부둥 빚은 고두밥

누룩 넣어 광목천으로 덮어

몇 날을 삭인 달크무레한 막걸리

세월이 흐를수록 술술 잘도 넘어가는

추억을 넘나드는 술맛



화명동 앞을 흐르는 낙동강 지류를 거쳐 산성길을 따라 오르는 대천천을 거슬러 오르면 어느덧 산성마을이다 대도시 한가운데 있는 뇌딴 시골같은 마을 아주 초등학교가 있고 곳곳에 맛집이 있다 계속 산을 향해 가면 버스 종점을 기점으로 50미터 쯤 더 올라가면 학생수련원을 목표로 가는 길이 있고 그 중간에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방면으로 초입에 오른편으로 나 있는 작은 길입구에는 하얀 빈막걸리병을 꽃처럼 장식하고 있는 산성막걸리를 피는 곳이 여러군데 있고 더 올라가서 막다른 길이 이르면 막걸리는 만드는 양조장이 있다 산성에서 모임이나 등산을 할 경우 산성 막걸리는 빠지지 않는다 소주나 맥주보다 맛이 식헤에 가까워서 사이다나 사카린을 타서 마시던 사람들을 보곤 한다

요즘이야 소주도 너무 다양화되어 순한 맛 예쁜 색깔 다양한 향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막걸리는 한결같이 한가지 맛이다 물론 양조장마다 다른 맛을 내고 효모가 살아있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옛맛을 고수 하는 편이다

어릴 적 기억에는 집에서도 막걸리를 만들어 먹었던 것 같다 명절이면 잘지은 고두밥에 누룩을 넣고 항아리에 몇날몇일을 푹 삭여서 밥일이 떠오르면 명정에 맞춰 명절상에 푸짐하게 내곤 하던 엄마의 솜씨가 무척이나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두밥을 찔 때 구멍이 숭숭난 찜항아리와 그 위에 밥을 넣은 항아리 틈새에 김이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밀가루를 반죽에서 얇게 펴서는 겹겹이 붙여 이어주고 고두밥이 다 되고 나면 그 다 익은 밀가루를 불에 구워 꿀에 찍어 먹었다

사실 간식이라야 사탕이나 가루우유 전병 같은 종류가 있을뿐이었고 그나마 한정된 날이나 시간에 양이 정해져 있었던 시대였으니 자연 장난반 놀이반 그 익은 말가루를 동네 친구들을 다 불러 모아 꿀이나 설탕을 뿌려 놓으면 순식간에 다 사라졌고 경쟁하듯이 손이 가곤 했다

바삭한 맛 외에는 달리 없고 아련한 단맛에 동네아이들이 둘러모여서 그냥 재미로 먹었던 기억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 맛도 없는 그 딱딱한 익힌 밀가루덩어리를 설탕에 찍어먹던 그 맛은 정말 달달한 추억을 먹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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