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향성 시의 생명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神)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김광섭 「산」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 넓은 사랑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이성부 「벼」
「산」의 화자는 자연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사람의 삶과 자연이 일체가 되어야 함을 산과 간격이 없는 화자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산의 넉넉함 산의 자애 산의 장엄함 산의 포용력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작고 모자람을 반성하게 해 준다
산은 참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친구로 그려져 있다 모든 것을 품 안에 키우며 따뜻하게 감싸주고, 억지로 구속하거나 간섭하지 않으며 다만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자연의 섭리로 인간을 깨우치게도 한다 때로는 신경질도 부리며 때로는 인내의 벼랑을 오르는 겸허함을 인간에게 가르친다 산을 통해 산의 마음과 같은 인간이 되어주기를 화자는 바란다
「벼」에서는 생명공동체 의식을 드러낸다 햇살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는 모습은 협력 속에서 더 굳세어진 국민들처럼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험난함 속에서도 슬기로움을 담고 있으며 쉬이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으로 생명공동체를 지켜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