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나무여-생태시 1」
최승호 「순환의 바퀴」

자연지향성 시의 생명

by 김지숙 작가의 집

정현종 「나무여-생태시 1」최승호 「순환의 바퀴」



나무는 南無, 나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피안과 차안 사이로 홀로 가는 나무 한 그루

보인다 南無南無 속삭이는 서쪽

나무 그림자 편안하게 누워 잠드는 서쪽

나무 곁에 기대어 듣는 노래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나무의 노래

-정일근 「나무 한 그루」일부-


쓰러진 나무를 보면

나도 쓰러진다

이파리와 더불어 우리는

숨쉬고 그 뿌리와 함께 우리는

땅에 뿌리박고 사니-

산불이 난 걸 보면 내 몸도 탄다

초목이 살아야

우리가 살고

온갖 생물이 거기 있어야

우리도 살아갈 수 있으니<중략>

나무여

생명의 원천이여

-정현종 「나무여-생태시 1」




눈사람이라는 게 이미 순환의 바퀴이기 때문에 대륙 횡단 열차의 바퀴 같은 것을 굳이 발 없는 눈사람에게 달아서 굴러가게 할 필요는 없다 눈사람은 시냇물로 달려가는 바퀴이고 강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는 바퀴이며 맑은 날이면 하늘로 굴러가는 바퀴이다 그 바퀴는 들꽃 속으로 들어가고 나무 꼭대기로 오르며 샘에서 다시 굴러 나온다 공중 목욕탕에서 솟아오르는 수중기를 보며 누가 바다 밑에서 팔없이 헤엄치던 눈사람을 기억할까

-최승호 「순환의 바퀴」





프라이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자연순환의 원리를 말한 바 있다 이 순환은 융성과 쇠퇴 노력과 휴식 삶과 죽음의 교체과정을 통해 드러난다 정현종의 「나무 한그루」에서 나무는 南無라 한다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도의 경지에서만 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때에 나무와 南無는 일체가 되고, 화자도 나무와 일체가 된다 즉 화자 나무 南無는 순환의 과정에서 동일체이다 「나무여- 생태시 1」에서는 산불이 난 걸 보면 화자의 몸도 불탄다는 내용을 통해 산과 화자 자연과 화자가 둘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승호의 「순환의 바퀴」에서는 눈사람이 수증기로, 들꽃 속으로, 나무 꼭대기로 하늘로 굴러다닌다 물이 순환하는 모습은 마치 바퀴가 굴러다니는 모습으로 연상시킨다 「눈사람」『눈사람』(세계사)에서는 눈사람이 불탐으로써 원래상태로 돌아가 생명이 순환하는 일면을 보여준다 「다시 티끌로」에서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생명들이 죽어서는 두더쥐로 만나거나 티끌로 만나서 의지할거라는 점을 들어 생명이 순환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유강한의 「산」 정현종의 「구름의 씨앗」 등에는 인간도 인간이외의 생명체 즉 만물이 되어 함께 한 몸으로 떠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간사회에서 그 구성원 개개인이 동등한 자격으로 어울려 살아가야 하듯이 자연 생태계 속에선 생명체 일체가 순환하는 생명의 질서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지하의 「무슨」에서는 자신의 몸뚱이를 온갖 벌레들이 다 살아 뜀뛰는 허허로운 우주로 생각한다 이는 근원적으로 생명의 본성이나 실상에 귀의하려는 자연인식의 태도이다

「일산시첩․1」에서는 강물이 핏속에 흐르거나 벌판에 흩어져 한줌의 빛으로 돌아가려는 점을 들어 자연의 순환을 보여준다「살림」에서는 기존의 자기를 버리고 스스로 만든 과거에서 벗어나라 한다. 과거의 집착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존재하며 생명의 순환을 인식하고 있다

생명공동체 속에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 최상의 조건들을 갖추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미래를 낙관하여 생명체 상호 간의 조화와 일체를 위해 노력한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고 개개인의 삶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생명의 황금고리 공생 공존의 법칙이 매우 잘 지켜지는 호의적이며 희망적이고 질서 있는 삶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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