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수 「기호」

자연지향성 시의 생명

by 김지숙 작가의 집

쓰레기 더미 속에서

쭈그러진 빈 깡통이

가끔 목쉰 소리를 낸다.

쓰레기 봉지를 물어뜯어 헤치다가 들켜

달아나던 고양이가 치어 죽는다는

으슥한 육교 밑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22개의 눈과

22개의 코구멍으로

실오라기처럼 비비꼬이면서 스며드는 것은

검은 개스다.

그리고

그녀들의 위벽胃壁이나

태반 속에 농축된 다이옥신 메칠수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쭈그러진 빈깡통이

가끔 목쉰 소리를 낸다.

8개월 후쯤 태어날 포도송이 같은 기형아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또

비틀어진 물고기 썩은 강물 삐죽이 뚫고 나폴거리는 비닐 조각

맥주캔 스티로폴 종이컵 유리파편 폐유

20세기의 기호다

-문덕수 「기호」


문덕수의 「기호」에서는 쓰레기 더미 쭈그러진 빈깡통 으슥한 육교 검은 개스로 도시의 서정을 보여준다 생명이 살 수 없을 만큼 파괴된 자연은 결함이 많은 사회 또는 살기가 힘든 곳으로 불리는 파국적 세계(낙원상실)로 치닫게 마련이다 순수했던 과거의 자연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다. 죽음이 느껴지는 파국적 세계로 치닫는 삶의 현장 여기서 포도송이 같은 기형아 태반 속에 농축된 다이옥신 메칠 수은 썩은 강물 비닐조각 폐유 등은 자연의 치유와 복원에는 어떤 협력도 이어 나가지 못하는 절망으로 나아가는 요인이 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이 협력과 화해의 상태로 나아가지 못하고 20세기의 기호로 상징할 수밖에 없는 심정은 지구의 미래를 우려하는 복잡한 마음을 응축시킨 표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밖에도 김명숙의 「매향리 사람들」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1968년 미공군이 쿠니 사격장을 만들기 위해 당시 굴양식장 어장과 농경지를 징발하면서 미공군이 바다에 폭탄을 투하하면서 주민들은 더이상 정한 시간외에는 재산권과 통행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해산물을 채취할 수 없었던 화성군 매향리의 상황을 알리는 내용이다

조상대대로 일궈오던 어장과 농경지 역시 미공군의 포탄에 사라지고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새들의 거처이고 땔감을 대던 농섬은 미공군의 포탄에 별거숭이가 되고 점점 모양이 변해가고 크기도 줄어들었다 지금은 미공군이 떠난지 18년이 지났고 매향리는 점점 매화향을 품던 에전의 모습을 찾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와 갯벌은 병들어 있고 헐값에 땅을 빼앗긴 날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덕 일어난다는 매향리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연을 해할 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의 삶을 해하는 예로 들수 있다

이 시에서는 파괴된 삶을 살아가는 일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보고서 형식으로 쓰여졌다 쥐새끼도 없는 마을 돌연변이의 땅 200여 주민 중 28명이 자살한 곳 전투기 소리 포탄 떨구는 소리에 시나브로 미쳐 부화도 할 수 없는 곳 집중 사격장 농섬은 곧 사라질 거라는 점을 들어 화자는 매향리 사람들이 당하는 부당함 인간으로서의 기존생존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삶의 고통들을 적나라하게 전달한다

이 시에서 자연은 파괴되어 온전한 것이 없다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 역시 삶을 영위할 수 없을 만큼 파괴되어 자연본연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이다 새 천년 똥개라도 한 마리 키워 두런대며 살고 싶다는 화자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옛날의 자연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심정을 담았다

정인화의 「온산땅 그리고 내 친구 상화」에서는 공업단지에 사는 불행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들어선 공업단지는 오히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이형기의 「전천후 산성비」 신경림의 「이제 이 땅은 썩어만 가고」, 최승호의 「공장지대」 김광규의 「서울꿩」 이승하의 「돌아오지 않는 새를 기다리며」 등에서도 자연파괴나 환경오염으로 인해 당면한 비극적 상황을 제시한다

환경파괴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 원인이 된다 지나친 공업화로 인류의 생존과 생태계의 존망은 이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환경이란 생태계의 존속에 중심을 두고 그 조건들을 검토하는 입장에서 본 자연을 뜻한다 결국 자연의 생명체에 대한 파괴는 인간 생명과도 직결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대한 파괴를 가져오게 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먹이 사슬을 이루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데 인간은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기존의 먹이 사슬에 변형을 일으키며 살아간다 이는 인간 스스로에게 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거니와 인간존재 자체가 자멸의 위기에 놓이게 한다

지구에 현존하는 일체의 생명체는 현존재로 살아있는 한 지구를 떠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자연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자연법칙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늘의 위기를 올바로 인식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다(이동승1992) 이처럼 생명의 파괴성을 보이는 자연은 죽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그 죽음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죽음과도 연결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함형수 「해바라기 비명(碑銘)」김광섭 「생의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