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 「입산」김지하 「새봄. 3」

자연지향성 시의 생명

by 김지숙 작가의 집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져 누운

낙엽의 저 따뜻함.

팔 벌려 오히려 넓게

세상을 껴안았구나

-이성선 「입산」일부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이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김지하 「새봄. 3」


「입산」에서 잎들은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짐으로써 오히려 세상을 껴안을 수 있고 땅에 떨어져서 비로소 지구의 한 몫을 하게 된다 부서지고 밟히면서 흩어져 다시 땅으로 돌아가서는 무가 되고 마는 자연의 질서를 통해 우주의 섭리를 깨닫는다

김지하의 「새봄․3」에서는 흙 물 공기 바람을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는 화자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생명은 더 높을 것도 더 낮은 것도 없는 평등의식을 보여주는 한편 이를 토대로 생명공동체 의식으로 나아간다 나태주의 「촉」에서는 풀의 생명이 온전히 피어나기 위해서 지구를 통째로 들어올릴 만큼의 강한 인내와 고통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무리 하찮은 생명체일지라도 그 생명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삼라만상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생명은 그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이를 위한 노력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성선의 「풀잎과 앉아」에서 자연과 동화하는 가운데 생명공동체의 자연적 순리에 따르려는 심정이 나타난다 풀잎과 마주 앉아 우주와 마음을 모으고 별 속에 나비가 되고자 한다. 나태주의 「방생」『풀잎 속의 작은 길』(1996)에서는 강가에 나가 자신을 떠나 보내는 화자는 초록바람도 되고 단풍이파리도 되고 물고기도 된다 결국 화자와 우주가 하나임을 인정하는 생명공동체의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나태주의 「변방 1」 이건청의 「눈먼 자를 위하여 10」 김명원의 「7월의 나무 아래서」 등에서 생명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자연생태계 내에서 자연스러움을 인정하는 모든 생명체는 제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 연결망 속에 존재한다. 전체의 일부로서 독립성과 종속성을 동시에 갖는데 전체로서의 생명은 부분으로 분할될 수 없고 부분이 전체에 통합됨으로서 각자의 개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생명은 전일적이며 개별성과 전체성을 함께 지니는 유기적 통일체이다 그러면서 다른 생명과 더불어 공생한다(박준건1999) 우리들은 주변의 생명이 지구 더 크게는 우주생명을 이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염된 지구 환경 속에서 생명공동체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하나 하나의 생명체를 올바른 인식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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