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음식
구포장터 국밥
오일장터 길목에서 만나는 국밥은 장터의 힘받이다 긴 겨울 갓 떠나보낸 풀 무더기처럼 촘촘하고 느리게 들러붙어 앉은 난전 상인의, 언 입을 향해 정갈 한 얼굴로 돌진하는 소고기 국밥 한 그릇 반찬이라고는 작은 접시에 봄동겉절이 그 귀퉁머리에 다진 새우젓 딱 한 젓가락, 고두로 꾹꾹 눌러 담은 넉넉한 인 심 닮은 흰쌀밥 한 그릇이 전부다 어떤 이는 땅바닥이 밥상이고 때로는 어 물전, 난전 할매는 주름진 굽은 손이 밥상이다
먹고 힘내라는, 먹고 힘이 나는 장터국밥 한 그릇은 봄 날 맨 처음 피는 고명꽃이다
구포 장날이면 습관적으로 장에 간적이 있다 특별히 무엇을 사겠다는 마음보다는 활력 넘치는 장꾼들의 삶에서 힘을 얻고자 간 적이 더 많다 살기 위해서 생으로 뽑아내는 목청 장꾼들의 물건 파는 소리에는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나도 그들의 가운데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구포장은 그런 장소이다
구포장날이며 구포 역에서 구포 시장의 뒷골목에 이르는 제법 큰 규모의 난장이 펼쳐진다 마침 점심시간인지라 장꾼들은 서서 혹은 앉아서 지나가는 밥치에서 밥을 사서 먹고 있었다 날이 워낙추워서인지 장꾼들의 따뜻한 밥을 한번쯤은 사 먹어 보고 싶었다
장꾼이 아닌 지나는 행인들도 공터 한편에 서서 밥차들의 밥을 먹고 있었다 나도 선듯 청해서 먹었다 어디로 그 밥을 먹었는지 통 기억이 안난다 따뜻한 맛에 주위의 분위기에 그냥 먹었다 맛이 좋았다던가 없었다던가 싱겁다든가 짜다든가 하는 기억은 없다 그냥 국밥이었다 하지만 그 국밥을 먹는 사람들의 표정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먹었다
다들 따뜻한 밥과 국이 입에 들어가자 표정들이 밝아졌고 입가에서 붉은 기운이 돌았다 더러는 따뜻하게 밥그릇을 움켜쥐고 때로는 그릇에 얼굴이 들어갈 만큼 가까이 대며 밥을 먹었다 나도 그냥 그 분위기를 느꼈다 반찬도 밥도 국도 양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딱 그 정도가 적절한 것 같았다 아무도 밥도 반찬도 남기지 않았으니까 한겨울 장터에 가면 국밥 한그릇쯤은 먹어보는 것도 좋다 그 장터의 느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