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장소
구포다리
삼락천 건너 장터 가는 다리
사라호 태풍에 거센 물살 못 견디고
19번 교각이 강으로 사라졌다
대저에서 구포장 장사길 나선 청상과부 천씨
늦게 장 파하고 늦은 밤길 낙동장교
건너기 무서워 죽은 남편 옷 입고
담배 피며 남자 행세하며 세 자식 잘 키운 홀어미
저분저분 깔린 외로움
거시시한 인생76세 구포다리
천씨 할매 함께 떠난 날
1930년 9월에 착공하여 1933년 3월에 완공된 강서구와 북구를 잇던 옛구포다리는 2005년 9월 상판 두곳이 붕괴되면서 208년 76년만에 사라졌다 이 다리는 개통되면서부터 김해평야의 농산물이 구포역으로 이송되거 군수물자 산업물자들을 수송하여 경제발전을 일으키는데 크게 기여하였지만 결국 사라지고 뒤를 어어 새로운 다리 구포대교 지하철 3호선의 구포철교가 잇달아 생겨나 강서구와 북구를 잇는 다리가 건설되어 옛구포다리의 역할을 도맡았다
이 시에 등장하는 천씨 할매는 자주 가던 식당 할머니의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고 가끔씩 푸념조로 넉두리를 하면서 술잔을 자작하며 옆 테이블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마침 그 날은 구포다리가 내려앉은 날이었고 구포다리를 오가며 푸성귀를 구포장에 팔던 젊은 시절 할머니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잠을 내어 그 식당에 오랜만에 가서 구포 다리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천씨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그 며느리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제서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의 연세와 비슷한 구포다리가 사라진 것과 할머니의 죽음이 비슷하게 이루어진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교차했고 미처 주문한 밥을 다 먹지 못하고 식당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