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환한 걸레」
물동이 인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저 아래 우물에서 동이 가득 물을 이고
언덕을 오르는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땅속에서 싱싱한 영양을 퍼올려
굵은 가지들 작은 줄기들 속으로 젖물을 퍼붓는
여자들 가득 품고 서 있는 저 나무
아래 누워 그 여자들 가랑이 만지고 싶다
짓이겨진 초록 비린내 후욱 풍긴다
가파른 계단을 다 올라
더이상 올라갈 곳 없는
물동이들이 줄기 끝
위태로운 가지에 쏟아 부어진다
허공중에 분홍색 꽃이 한꺼번에 핀다
분홍색 꽃나무 한그루 허공을 닦는다
겨우내 텅 비었던 그곳이 몇 나절 찬찬히 닦인다
물동이 인 여자들이 치켜든
분홍색 대걸레가 환하다
대부분의 여성은 월경 임신 출산이라는 생리적인 변화를 안고 태어난다 생의 주기마다 변화를 겪으면서 여성은 불안과 공포증 같은 심리적인 영향을 배제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심리적인 영향과 변화의 원인은 호르몬 중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등의 변화와 직결되고 이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체계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호르몬의 변화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부분과 직결되고 따라서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김혜순의 「환한 걸레」일부분이다 시의 화자는 물동이를 인 여자의 가랑이 아래에 눕고 싶어한다 화자는 모든 인간이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서 나왔으니 다시 가랑이 사이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긴다 이는 남성 자신이 태어난 순간으로 되돌아가려는 회귀 본능에의 갈망이 나타남을 알 수 있고 이를시에서 화자는 나무에 물을 붓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그리고 물동이 여자 젖물 등과 같은 시어들이 여성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들을 자극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만이 읽어내는 특유한 시선으로 별 다를 바 없는 사물들을 새롭게 읽어내려는 시쓰기의 본래적 작업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 일견 난해하기도 하고 일견 얼굴을 붉혀 읽어야 하는 그가 쓴 이 시에서는 여성의 육체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당당하면서도 솔직하고 난해한 의미를 나열하는 동시에 모성적 본성 또한 망각하지 않은 환상적 시각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