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사랑」

시에 나타난 여성의 정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최영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사랑」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술을 마신다

섬유질이 지방에 입맞추고

세포와 조직을 부벼 춤을 춘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더럽다고 한다

등을 마주 대고 칼을 갈다

어느 날 손잡고 하나가 된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아직 다치지 않은 서로의 속살을 부벼

여자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한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음식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과 같다 왜냐하면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에는 각자가 속한 사회에 대한 가치관과 규칙 전통적 관습 등이 그대로 묻어 나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둘러싼 관계느예전에는 맛을 전수하던 시대가 있었고 그 맛으로 한 집안의 가풍으로 조리서를 통해 자손에게 가풍과 정보를 전하기도 했다

그래서 음식을 조리하다보면 그 일이 가진 의미와 가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요즘은 특히 음식을 맛있게 하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이 몸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다 또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여자의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게 된다

오늘날은 이전에 비해 자신의 몸을 챙기고 다스리기 위해 과거의 관습들을 벗어던진다 최영미의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일부분이다 시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어휘들을 통해 여성 특유의 노동공간과 환상성을 연결시켜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상적 표현은 시의 여성성을 독특한 방식으로 확보되는 셈이다 한편 여성의 일상을 음식과 결부시키는 시적 결합을 통해 시의 화자는 자신의 여성적 삶의 일상과 강하게 결부된 음식을 대함으로써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하여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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