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나타난 여성의 정신
김혜순 「노을속에 숟가락 넣고」
이제 노을이나 먹고 싶어
밤은 늘 무거웠고
별들은 너무 시었어
햇빛 조금 구름 조금 싱싱한 하늘 조금.
이제 거짓말 같은 노을이나 먹어 둘래
은빛 숟가락아 진군하라
일순의 감격처럼 노을은 쉬이 녹고
검은 보리떡 밤이 오리니
미친 듯이 퍼 올리려무나 저 노을이나
배추 한 포기
저 물고기 한 마리
무얼 먹고 사는 줄 알아?
피로 쑨 죽 한 사발 저거나 먹어 둬야지
미친 듯이 퍼 올려야지 저 노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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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나누는 것은 의미없는 시대가 되었다 변별의 기준 또한 확고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여성만이 볼 수 있는 시각은 있을 수 있고 그 점이 시에 투영된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성만이 겪을 수 있는 내적 경험이라든가 언술 방식 문체 등은 여성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매개가 된다 딴은 시에 필요할 경우 여성 화자를 택하기도 하고 의미전달을 보다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 여성의 사고와 문체들을 들여오기도 하지만 이는 시에 적절한 전략구조로서 혹은 표현방식으로 채택되었을 뿐이다
이와는 달리 여성 시의 경우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은 자신의 내부에 억압되어 있는 이데올로기에 편승되어 있는 억압의 문제 혹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가부장적 제도에 대한 다른 얼굴 등이 자기 고백이나 내면의 노출 등으로 여성과 가까운 사물등으로 표현된다
김혜순의 「노을 속에 숟가락 넣고」에서는 특유의 공간 주방에서 자주 만나는 숟가락과 얘기 한다 여성들은 주로 요리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육아의 과정에서도 숟가락과 부지런히 만난다 이 시 역시 노을 하늘 구름 별 햇살 등을 요리 재료인양 조금 넣고 맛을 보고 조금 더 넣고 맛을 내는 요리의 방식을 취해 표현한다 피로 쑨 죽 한 사발이 내포하는 것은 여성의 삶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식사시간 설거지 음식을 만드는 등 부엌에 들어서면 숟가락을 자신의 몸의 일부인양 이 시에서는 친숙한 것들을 매개로 친숙하지 않는 상황을 다루게 된다 화자는 하늘을 바라보고 그 숟가락으로 구름도 하늘도 저어보는 환상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환상성은 현재 처해 있는 화자의 현실과 타협하는 그 지점을 하늘에서 찾는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