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가정요리」

시에 나타난 여성의 정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최영미 「가정요리」




침묵을 쪼개지 않고

통째로 삼킬 수 있으면

사랑도 끓지 않고

싱싱할 때 산 채로 냉동시킬 수 있으면

그러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가끔씩 생각나면 꺼내어

접시에 요리조리 다아도 보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텐데

심심하면 그리움의 식초를 치고

조금씩 감질나게 음미하면

부패할 염려도 없을 텐데

쪼개고 태우고 끓으면서

세월은 가고 우리도 가고

사랑은 남을까 어쩔까



여성의 인체적 변화와 삶의 질은 사회 심리학적 측면 뿐 아니라 신체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심리적인 변화에 따른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정서적인 불안정과 여성 스스로의 자책이나 자존감 생의 주기에서 오는 상실감 등의 다양한 감정의 기복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존재가치를 찾고 그 의미를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고유한 자기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 대한 무게 있는 인지습관이 필요하다

최영미의 「가정요리」에서는 자기가 자신에게 홀로 고백하는 어투로 표현하는 언술구조가 나타난다 사랑 침묵 그리움과 같은 인생살이 전반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요리에 비유하여 표현한 이 시에서는 싱싱한 산 채로 냉동시킨다거나 접시에 요리조리 담아 보는 과정에서 사랑 그리움 침묵등을 요리의 재료 쯤으로 끓이고 태우는 화자와 만난다

결국 화자는 사랑도 요리 같아서 쪼개고 태우고 조리면서 급기야는 남는 것이 무엇이 될 지 고민한다 평소에 자주 접하는 생활의 상황을 시에 접목시킨 이 시는 요리하는 사람만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되기도 하다

인간의 감정도 요리 재료처럼 싱싱할 때가 있고 시들 때가 있고 가장 맛이 있을 때가 있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다루어 내려는 열망을 주변의 여건들을 통해 가장 시의 적절하게 표현한 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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