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나타나는 여성의 정신
최영미 「어머니 밥상에서 놀라시다」
걸레처럼 뭉크러진 육십년
한번도 제대로 앉아서
저녁을 끝까지 뜨지 못하시는 어머니
식탁에 남은 음식 한데 쓸어 담아
비빈 건지 말은 건지 알 수 없는
잡탕 만들어 드시는데
말 칸은 딸년들 다이어트 한다고
한술 두 술 몰래 얹어 놓느라
힐끗힐끗 바쁜 저녁
갈래갈래 실핏줄 터진 손등에
쇠기름 바르시며
모성은 할머니 어머니라는 DNA를 통해 딸에게 전달되고 조금씩 다른 형태로 이어져 내려왔다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자녀를 의무감으로 돌보고 책임과 신념을 갖고 자녀에게 안락과 안정을 제공하는 것을 사회적 통념으로 여기면서 모성의 역할은 온전히 이어진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권리획득에 초점을 둔 19세기 자유주의적인 페미니즘은 재능이 허락하는 한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여성의 역할에 개선의 여지를 두게 되었다
J. S. Mill 역시 여성의 무능은 오직 법과 제도가 어떤 특정 부문을 위한 능력을 받달시킬 기회를 갖지 못한데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여성 역시 자신의 선택에 의한 지유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도록 능력을 기르고 그 욕구로 자심만의 삶을 개척하고 살아가는 존재여야 한다 여자는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프랑스의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1949)에서 여성억압을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여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의 자유를 중시한다 또한 보부아르에 따르면 가부장적인 현실 속에서 여성은 출산과 양육기능을 담당하는 존재로 여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적 활동과 경제적인 능력을 지녀야 한다
최영미의 「어머니 밥상에서 놀라시다」일부분이다 시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토대로 재구성 된 시이다 어머니는 다 큰 딸년들이 다이어트 한답시고 남겨 놓은 밥들로 자신의 밥의 양이 많아지는 점에 대해 의아해 한다 남은 밥과 음식을 홀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부장적인 관습 하에 음식을 버리는 것이 곧 벌 받는 행위로 살아온 타자화된 사람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삶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