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어머니 나의 어머니」

여성 해방과 이데올로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고정희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이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고정희의 시집 『지리산의 봄』에 실린 「어머니 나의 어머니」나의 어머니이다 시에서 과거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통해 우리나라의 어머니가 겪는 외로움 무심함 등을 여성적 시어로 표현한다 이 세계의 불행을 다 받고도 끄떡없는 어머니로 하느님의 자손임을 확인한다 화자가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북쪽 창을 열고 어머니를 불러보는 데 그 어머니는 화자가 위로받고자 하는 존재이다

의 시에서 여성은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현모양처가 미덕인 존재가 아닌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고민하며 이에 대한 억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대적 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든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대우받아야 하며 남성에 의한 피해를 당하기보다는 조화롭게 남성을 품어내는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야 말로 완전한 여성이며 진정한 모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그의 시에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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