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란 「스물네살의 바다」

여성시의 언술방식 독백체

by 김지숙 작가의 집

독백체



여성언어란 변화를 뜻하며 여성들만의 말하기 방식에서 나온 것으로 자신감과 자기 소신에 믿음 권위 감정 애정을 갖는다 또한 여성 자신의 문체와 문학적 일상어적 직업적 시적 문체를 여성만의 언어구조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게 된다 여성들은 서로 간에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또 그들의 말이 남성들에 의해서도 경청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시에서 독백체는 누구보다도 화자 자신이 경청하고 있다 이는 남성들에 의해 경청되기를 종종 거부당하는 입장이 내포되어 있고 그러한 거부는 바로 여성들이 여성 자신을 향한 경고라 할 수 있다



김정란

「스물네살의 바다」

너는 끔찍하게 아름다웠다 나는 숨을 죽였다 잠들어 바람의 나라에 이른 너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 너의 혼 손 한번 내밀면 만져질 듯 흔들리고 있는 네 얼굴에 바다가 차올랐다 스물 네 살의 바다

바다는 굉장히 힘이 세었다 나는 사방에 대고 절을 하고 싶었었다

비 땅위로 내리는 비 넋없이 한데로 나앉았던 젊음

스물넷이야 죽고 싶어

이제 막 스물넷이야 죽고 싶어

바다가 네 얼굴 위를 흘러갔다 달빛 별빛 스물네 살

바람이 불었다 휘익 그리고 한꺼번에 달겨들던 죽음

아름다워라 나는 자꾸만 절을 하고 싶었었다



김정란의 「스물네살의 바다」에서는 독백체의 시이다 여성 특유의 체험이 담겨져 있으며 가부장제도하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여성의 억압과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남성이 바라보는 여성의 이미지는 여성의 현실성을 고려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관은 분열되고 여성은 갈등한다


문정희 「편지」


약속도 없이 태어난 우리약속 하나 지키며 가는 것그것은 참으로 외롭지 않은 일입니다 어머니 울지 마셔요 어머니는 좋은 낙엽이었습니다


김정란 「눈물의 방」

아프니? 많이 아프니?나도 아파 하지만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내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최승자 「여성에 관하여」

죽음과 탄생이 피흘리는 곳 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 영원히 눈먼 항구 알타미라 동굴처럼 거대한 사원의 폐허처럼 굳어진 바다처럼 여인들은 누워 있다


김승희 「사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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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여자들은 말하네 우리에게 하느님은 너무 멀리 있고 남자는 너무나 가까이 있다



문정희의 「편지」일부분이다 시에서 화자는 어머니에서 딸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지위는 달라진 점이 없음을 깨닫고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 받으려한다 시에서 화자는 혼자서 대화함으로써 이야기 전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복잡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전개행위의 기저에 일정한 구조를 갖추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유발한다

김정란의 「눈물의 방」일부분이다 시에서 화자는 혼자서 묻고 답하는 독백체의 언술체계를 갖는데 세부적으로는 대화체 가운데서도 여성이 겪는 천사 콤플렉스 여성이 처해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등 억압당하는 여성의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다

최승자의 「여성에 관하여」일부분이다 시에서는 독백체 시가 나타난다 시에서 표현된 여성은 홀로 죽음과 탄생의 존재가 거쳐 간 폐허의 장소이자 바로 여성자신의 존재임을 확인하게 된다 여성의 육체를 죽음과 탄생의 출발점으로 표현한다 그의 시에서는 그러한 여성의 내부를 무덤과 항구 폐허 죽은 바다로 표현하고 있고 모든 탄생과 죽음은 여자의 몸을 거쳐서 비로소 탄생된다

시의 화자는 이 죽음이 거쳐 간 폐허의 자리에서 삶이 탄생되며 그곳에서 모든 인간이 떠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의 시에서 능동적으로 죽음에 입문한다 시에서 죽음은 또 하나의 삶과 탄생을 향한 반복의 첫걸음이 되며 탄생은 여성이 죽어야만 이루어지는 고통으로 표현된다

김승희의 「사랑 2」일부분이다 시에서는 말장난이 나타난다 시에서 사용된 말장난은 여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언어적 장치로 볼 수 있다 단일한 의미를 통해 소외된 여성의 존재를 고발하고 사회의 중심에 서 있는 남성의 권위에 대해 은근히 저항한다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밀려난 여성의 위치를 비합리적인 현실에 저항하는 폭로의 언술구조를 취하고 있다

시에 나타나는 여성의 육체는 여성이 처한 현실적 삶과 유관하여 현실에 대응하고 극복해나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난자 에로티시즘 매춘 금기 위반과 결부되어 그간 억압되어온 여성의 성적 억압을 분출시키는 매개로 남성 질서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변형시키려는 욕구를 표출시킨다

여성의 육체는 생명력을 지닌 모체 강인함 생산력 다산성 풍요로움을 지니는데 이는 죽음을 마다 않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성으로도 표현된다 아무리 억압을 당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성을 가지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그리고 그 생명을 낳는 산고까지도 견뎌내는 강인한 모성으로 표현된다

시에 나타나는 여성의 정신은 여성의 일상에 접하는 사물로 표현된다 요리하고 인형놀이하고 책을 읽는 자잘한 일상의 삶과 여성만이 지니는 환상성이 결부되어 독특한 여성성을 표출한다 최영미 시에서는 어머니 세대와 딸 세대 간의 밥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표현하고 있으며 김언희는 인형놀이를 통해 내면의 억압된 심리를 표출하고 있다 문정희의 시 경우 창을 닦고 그리움을 알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모습을 표현한다

시에 나타나는 여성의 언술체계는 대화체 고백체 독백체로 나눌 수 있다 대화체는 문답법이 다 시에 들어 있으므로 쉽게 독자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든다 이는 화자의 의도대로 독자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욕망이 강하게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고백체 여성시의 경우 독자로 하여금 복종의 힘을 얻게 한다 자기노출이 심하며 외부와의 갈등을 꺼리지만 동시에 강한 상대에게 저항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독백체 여성시의 경우는 화자가 한 자신의 말에 자신이 경청하는 셈이다 여성이 살아남기 어려운 사회적 상황 속에서 스스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답을 찾아가는 시적 언술방식으로 볼 수 있다 아무도 경청하지 않는 연약한 여성의 말을 자신이 경청함으로써 세상에 고발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내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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