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장소
배산성지盃山城址
술잔을 엎은 듯
산 정상 둘러싼 테뫼식 쌍가락지 모양으로
이중 토성 수혈 파고 자연 괴석으로 쌓은
원형 두레우물터에 서면
신라인 듯 가야인 듯 대지르는 거칠산국
거친 뫼 억겁 속에 흔적만 겨우 남은
두르잊던 거칠산국성 옛터
뒤따르던 거칠산인 간 곳 없고
드스르한 풀자락에 고이 덮인
청동추 자부편 어망추 기와 토기
반쯤 흙에 묻혀 지난 세월 곰곰이 돌아본다
배산성지는 배산의 중턱과 정상부에 위치해 있으며 거칠산국居漆山國의 유적으로 추정한다『삼국사기(三國史記)』「거도열전(居道列傳)」에 따르면 신라 탈해왕 때 장수 거도居道가 부족국가였던 거칠산국을 정벌하고 신라에 병합하게 된다
배산성은 테뫼식 산성이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배산은 256m로 아주 낮은 산이다 술잔盞을 엎어 놓은 것이라 하여 잔뫼산이라고도 한다
배산과 인연이 되어 자주 이곳에 간적이 있다 오래전 시간 강사를 하면서 시간이 나면 주변을 서성거리며 이곳저곳을 다니게 되었다 이곳에는 인생의 추운 세월을 보냈던 장소 중 한곳이었던 만큼 잔잔하고 또 아련한 추억들이 서려 있고 또 잊지 못하는 많은 기억들이 함께 담겨 있다
거칠산국이 겪었던 시련만큼은 아니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삶의 시련을 쉬이 넘기지 못하고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늘 불편하고 조심하며 무언가를 삼켜야 했던 세월을 보낸 그 나날들 중에서 그나마 작은 위안을 가져다 준 장소로 생각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