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마을 산성마을
박새단상
산성마을 공방터 커다란 함지박 속에는 눈도 못 뜨는 어린 박새
둥지가 있다 어느 날 공방 큰 아씨가 불 꺼진- 가마에서 어린 박새들의 힘없는 울음소리 들었다 불꺼진지 오래된 가마라 어미는 안심하고 그곳에다 둥지를 틀었나보다 여섯 새끼 품던 어미 박새는 어디로 간걸까
공방 큰 아씨는 기름진 흙 속에서 실한 지렁이를 잡아다가 어미의 부리인양 핀셋으로 지렁이 조각들을 함지박 둥지 안의 어린 박새 입 속으로 톡톡 털어 넣는다
저들의 먹성이 서로 다른지 어떤 놈은 몇 번 먹고 조용하고, 어떤 놈은 너댓번 을 더 먹고도 응얼댄다 공방 큰 아씨의 길고 하얀 두 손이 배부른 어린 박새 들을 품으니 저들은 잠 길을 찾았는지 조용하다
흙 가마 속에 둥지를 튼 어미 박새는 평소 공방 큰 아씨 성품을 알고 젖어미 로 점찍었을까
사람도 쉬이 알아보지 못한 착한 천성을 그 놈이 먼저 알고 제 새끼 오롯이 떠맡기고는 먼 길 떠나 다시는 오지 않는다
한 동안 금정 산성마을을 자주 가곤 했다 그곳에 아는 지인이 관리하는 농장이 있었고 공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인의 작업실도 있기 대문이었다 도심속의 오지인 산성마을은 온천장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고 화명동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다 물론 버스도 있다
시골에 가는 느낌을 느끼고 싶을 때면 주저 없이 이곳으로 가곤 했다 지인이 잘 아는 공방을 찾은 날이었아 문을 열자 공방 입구에 커다란 함지박에 박새 새끼들이 눈도 뜨지 못한 채 얼굴을 쏙쏙 내밀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라 공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공방의 가마 안에 불을 지핀러 갔다가 박세 새끼가 알에서 깨어난 것을 알았다고 했다
박새새끼들의 귀여운 행동을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얼마나 신가하고 예쁜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인은 공방 주인과 얘기 하는 동안 나는 어린애마냥 박새새끼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공방 며느리는 굴고 튼튼한 지렁이를 어디서 잡아왔는지 가위로 자르더니 잘게 썬 지렁이를 핀셋으로 박새새끼의 입속으로 넣어주고는 이놈이 먹었나 저놈이 먹었나 챙기고 있었다
평소 공방 새댁의 품성은 이미 익혀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기를 낳은 적 없는 것 시집 온 새댁이 박새의 어미인양 먹이를 먹이고 두손을 얹어 잠을 재우면서 정성스레 새끼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겪어보지 않으면 사람도 잘 모르는 품성을 어떻게 박새어미는 저렇게 잘 알고 제 새끼를 맡기고 떠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