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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처식의 「비오는 밤」

by 김지숙 작가의 집

주린배 눈물로 채우는 여인네 품에

빼빼마른 조국의 아들이

엄마의 매마른 젖꼭지만 조무르다

脈0해 목이쉬여 잠이 들고...

흥정세 풍성한 요정앞엔

비맞은 자동차 굳잠이 들고

아양떠는 게집의 노랫가락이

취한 사나이의 호주머니만 살핀다.

-함처식의 「비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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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처식의「비오는 밤」<부인신보>(서울, 1947.7.20.)에서는 개인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좌절하는 화자가 나타난다 가나나 방글라데시 등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보다도 못살았던 우리나라의 당시 가난하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기 각박한 삶을 힘없는 여인을 들어 우리나라의 현실을 주린배 빼빼마른 메미른 등의 부족하고 굶주린 상황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현실을 일깨우는 것이 문학이라고 말한 루카치의 비판적 리얼리즘 범주에 들며 가장 중요한 주제가 삶이다

무게의 중심을 삶에 두고 시적 형상화를 이루었다는 점이 시의 특징이다 어지럽기 그지없는 삶을 비오는 밤으로 설정하고 호주머니만 살피는 가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온통 칠흙같이 검은 날 주린 배를 채우는 어린 자식은 빨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어머니의 빈 젖꼭지를 주물다 잠이 든다

또 몸을 파는 계집들은 아양을 떨며 사나이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 시에는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여인과 몸을 팔아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여인의 상반된 모습을 통하여 당대 상황이 매우 험난하고 궁핍하며 그러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위협적인 면과 이를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불쌍한 여성의 삶에 시선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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