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의 힘
도라가는 여인의 장ㅅ바구니 무겁게
거르매는 길바닥에 누어 가나니
저녁때 되어 도라가는 사람들의
거르매ㅅ덤이로 길이 곱절 배도다
-이종원 「거르매」
식민지에서 해방되었던 만큼 해방이 되고 난 다음 할 일은 너무 많았던 시기이다 국토분단과 정치적인 이념의 대립으로 민족의식은 분열되었고 문학 또한 이러한 대립과 분열의 민감한 속성을 지닌 채 급격한 양극화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방을 통해 되찾은 문학활동은 되찾은 민족정신과 더불어 양적인 성자을 보여주게 된다
소설가로는 박종화 박노갑 김동인 이태준 등은 문학 작품 속에서 식민지 체험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 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고 계용묵 정비석 김동리 최인욱 등은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귀환을 표현하기도 한다 시에 있어서는 임화 권환 박팔양 조벽암 등의 구 카프 계열과 문학과 동맹의 순수문학동인으로 정지용 김기림 오장환 이병기 등과 설정식 유진오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유치환 김달진 서정주 등의 민족진영의 시인들도 중요한 맥락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적 서정성을 지닌 경우 작품 속에 담긴 삶의 내용은 일상적인 차원으로 표현되고 혼란스러운 당대의 삶을 사는 당대의 삶의 느깜을 보다 잘 느끼게 한다
이종원의 「거르매」<부인신보>(1947.6.18)에서는 장바구니를 힘겹게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나절 여인네의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당대 현실의 삶에서 오는 고달픔을 몇 곱절 더 길게 느껴진다는 내용으로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잘 드러난다이처럼 <부인신보>에 게재된 시들은 대개 당대 현실을 살아가는 여인들의 힘들고 가난한 삶에서 오는 어려움 등을 그침 없이 그려놓았다 무능력한 남편들을 뒤로 하고 새벽부터 생활고를 짊어진 여인네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당대 현실의 고단한 삶이 잘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