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嶺雲「조국의 꽃 」

시대정신의 힘

by 김지숙 작가의 집

지나간 번뇌의 황혼이여!

아씨의 지리한 역사여!

오늘 이땅!

새역사의 탭을 감는 녀성을 보라

게으른 대지를 박차고

새우슴을 창조하는 그들을 보라

모란이 손짓 하는 숲과

새노래 하는 꿈의 화원도

조국을 껴안어 다-버리고 나선

그대들은 새 나라의 딸

그대들은 새 아들의 모태!

-嶺雲「조국의 꽃 」





해방공간은 우리 민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던 시기이다 새로운 나라를 재건립하려고 모력하던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난무하였고 든든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각종 단체에서는 힘을 모으던 간절하고 에틋한 염원을 담으려던 시련의 시기이기도 했다 식민지 사관을 청산하고 왜곡된 민족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 민족이 지닌 고유의 민족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새로운 지표를 설정하려는 노력이 문학작품에서도 엿보인 때이다

嶺雲의「조국의 꽃」<부인신보>(서울 1947.7.1.)에서는 사회적 모순을 상상력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상적 현실에 대한 열망이 유토피아의 속성이듯 시의 화자는 민족청년단 여성 행렬을 보고 난 뒤 바로 이러한 모습이 바로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현실이라 여긴다

침실에서는 수줍더니 행진소리는 온 나라를 깨울 만큼 함성을 지르는 여성이 사회현장에서 어두운 밤을 밝히고 노동하는 아름다움과 이러한 노동이 조국을 밝히는 씩씩한 등불이 된다고 하여 여성이 자기 정체성을 각성하게끔 종용한다

수난의 세월동안 한없이 고요하였으나 당대 상황 속에서는 그것들을 뒤로 하고 꿈의 화원을 일깨운다고 한다 지나간 역사도 번뇌의 세월도 오늘날 조국의 여성을 바라보고 새 역사를 만드는 여성의 힘찬 모습을 보라 하여 환희로운 찬사를 여성에게 보낸다

이 시기는 문단의 조직이나 좌우대립되는 분열의 시기로 문학의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문학이 민족의 결집과 민죽주의의 실천이나 이념적 합일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대 상황의 변화에 무엇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문학이고 시라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 시대의 변화조짐은 시에서 먼저 볼 수 있었고 그 이유는 우리나라 말을 되찾은 일에서 민족정신을 되찾는 초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의 의욕은 많은 작가들에게 용기를 불러 넣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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