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의 힘
사는 것은
죽는 것처럼 어렵단 이야길
가르처준 그대여
푸러진 치마끈을 조여메고
이 하로를 또 다시 바치리
청춘도 환희도 꿈고
식욕을 채우기에 번망하여
저도 마우에 한 마리고기처럼
마음도 육채도 다빼았겼다
어둠이 허무러지지않은
역사 잠긴
이 주방에서
-김정완「廚房-가난한 S부인의 하소연은 항상 廚房에서부터이러낫다 」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자신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줄 뿐이다 당시 여성의 삶이 그러하듯이 잠을 깨는 순간부터 잠이드는 순간까지 여성은 주방에서 벗어나는 일은 드물었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밥을 하고 소 여물을 삶고 때되면 제사음식에 김장이며 된장 간장 고추장 막걸리까지 만들어 내는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음식들 투성이인 시대를 살았다
그나마 가난한 삶속에서는 끼니를 걱정하여 무엇을 먹을까 먹일까 라는 생각으로 일관되는 삶을 사는 여성의 일상에서 하는 말들을 주방이라는 장소를 설정하여 표현한 김정완의「廚房-가난한 S부인의 하소연은 항상 廚房에서부터이러낫다」<부인신보>(서울 1948.7)에서는 한 여인이 가난한 삶을 꾸리면서 겪는 시대적 자어사적 어려움을 주방에서의 하소연으로 설정한다
이는 당대 현실을 살아가는 여인네의 가난하고 어려운 삶으로 조명된다 너무 가난하여 사는 것이 죽는 것만큼 어렵고 가난도 치마끈을 조이며 견뎌보지만 여전히 배고프고 힘들다는 내용이다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도 안되지만 아직은 보릿고개를 선명하게 기억하는 세대도 있다
가난하여 배를 곯지만 그래도 살아야한다는 생각은 결국 마음도 육체도 다 허물만큼 지독한 고통이라고 말한다 시의 화자는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소멸되어가는 좌절감을 나타내며 새로운 일탈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