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의 힘
안해 앓아
대신 일찍 일어나온 첫아침
아직 어두운 가운데
풍로에 부치는 숯불 새빨갛게 일여티고
앞길에선 탈각탈각
시내로 들어가는 마차소리, 채찍소리
물같이 맑은 새벽공기를 울리고
잎새 얼마남지 않은 가지엔
밤부터 부는 세찬 바람이 걸려
있어주먹 같은 광채의 별하나 남아 있는 동방으로부터
끝없이 淸燈한 은빛 아침을 데불고 오나니
안해는 항상 이렇듯 맑게 일어 나오는것이었고나
-유치환 「안해알하」
유치환의「안해알하」<부인신보>(서울 1947.6.10)에서는 아내가 아파서 대신 일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길거리에 나서 남편이 바라본 아침 풍경을 담았다 이를 통해 당시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인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아내 대신 새벽일을 대신해보는 과정을 통해 여인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채찍소리 세찬 바람과 같은 강하고 어두운 상황을 극복하고 광채 별 청등 은빛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로 현실을 극복한 밝은 모습이 나타난다 이 시에서는 풍로 숯불과 같은 사회적인 신분을 보여주는 어휘들을 통해 나타난다(김상일 1984)
당면한 사회 상황이 혼란스럽고 이러한 사회상 속에서 생계를 짊어진 여성의 삶이 무척 고통스러워 보인다 언제나 첫새벽 일터에 가는 아내는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 같은 존재임을 화자는 깨닫는다 아내 대신 첫 새벽일을 나선 가장의 눈으로 당대 여인의 힘겨운 삶을 조명한다
이를 은유적 의미로 해석하면 우리 민족이 해방된 당대의 상황 속에서 겪는 약소국가의 눈물겹고 힘든 사회상을 깨닫게 된다는 의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첫새벽 공기를 느끼며 새롭게 인식하는 아내에 대한 애처로움 연민을 확대시켜 바로 우리 민족 우리나라가 힘겹게 새 터전을 일구려는 애처로움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