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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TV

by 김지숙 작가의 집

흑백TV


우리집에서 흑백TV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만해도 동생이 학교를 들어가지 않았던 때라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는 흑백TV를 가진 집은 딱 한집이었다 동네아이들은 그집 TV를 보기 위해서 온갖 그 아이의 시중을 드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집에서 막내인 남동생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을 보고는 속이 상했던 엄마는 큰 맘 먹었다면서 계 탄 돈으로 바로 금성 TV를 한대 사서 거실에 놓았다 그리고는 어린이 만화방송을 할때나 재미있는 영화 드라마를 할 때에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아이들이 옹기종기 마당에 앉아서 보고는 자녁시간이 되면 밥먹으러 가기도 하고 우리가 밥을 먹는게 끼어들어 같이 먹기도 했디

구집보다 더 최신형인 우리집 TV는 아이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고 덕분에 넓은 마당은 아이들 차지가 되곤했다 늑 북적대는 아이들을 부모님은 싫어하지 않았다 덕분에 동생은 동네에서 인기있는 친구가 되었다흑백TV지금은 박물관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 되었고 그 시절의 추억조차도 공유할만한 사람들은 드물다 하지만 흑백 TV의 위상을 생각하면 요즘은 그런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은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은 자동차나 아파트 입고 있는 옷 가방 등 너무나 많은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물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범주를 순간순간 아슬아슬 잘도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만난다


뭣이 중한디

그래 뭣이 중할까


살아보면 안다 살면서 돌아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뭣이 중한지 가지고 있다가 다 잃어도 알게 되고 가지지 못하고 바둥거리며 긴 세월을 보내고나면 혹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자연히 알게 되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그때 그 흑백 TV의 효용가치와 비견되는 그 무엇을 우리는 늘 가지고 살아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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