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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by 김지숙 작가의 집

턴테이블



턴테이블은 오래전 어릴 적 우리 집에서 꽤 인기 있는 물건이었다 위의 사진처럼 생긴 것은 절대로 아니고 주황에 가까운 밝은 붉은색에 훨씬 더 유연한 곡선을 지닌 손잡이 모양을 한 휴대용 전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양이 참 아담하고 예뻤다 아마도 그건 언니가 공부를 잘해서 받은 선물이었던 기억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언니가 그렇게 주구장창 끼고 살았을리가 없다 그리고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양보했다

라디오와 lp판을 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고 당시의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속한 세시봉이라는 그룹멤버들의 노래를 즐겨듣던 언니는 늘 이 턴테이블을 안고 살다시피 했다 덕분에 나는 그들의 노래가사를 외우다시피 했으며 그들이 부르는 못소리를 구분하는 정도에 이르기까지 세시봉의 노래라면 줄줄 외우다시피하게 되엇다

터울이 꽤 있었던 언니가 고등학교에 가면서 대입준비로 바빠질 무렵 턴테이블은 드디어 내게도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당시는 박정의 정권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방송은 국영체제였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은 성장 확장했고 가끔씩 끼여 나오는 어린이를 위한 영화 노래 동화를 듣곤 했다

이후 다시 언니가 대학을 들어가면서 턴테이블은 언니에게 돌아갔고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프로그램은 틀어놓고 잠을 자는 언니 덕분에 나도 그 방송을 들으면서 잠들기도 했고 방송이 끝나서 나는 지지직 소리에 새벽에 일어나 꺼기도 했다

당시에는 엽서로 노래를 신청하는 식으로 그 엽서의 사연이 감동적일수록 채택이되어 신청하는 음악방송이있어 중학생이 되면서 나도 음악방송에 사연을 적은 예쁜 엽서를 보내기도 했다 몇번 보내다가 시간을 맞춰듣는 게 힘들어져서 관두었다 어쩌다가 lp판이 망가졌고 더이상 전축의 기능은 잃어버리자 언니는 대학생이 되었고 고액과외로 받은 돈을 모았는지 일부 보탰는지 알 수 없지만 성능이 훨씬 더 좋은 별표전축으로 갈아 탔다

자연 일부기능은 상실한 턴테이블은 내 몫으로 굴러왔다 나는 대학 갈 때까지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잠들 때까지 머리맡에 두고 자거나 간혹 베개처럼 베고 잠들기도 하였다 턴테이블은 친구같은 다정한 이야기들을 늘 들려주었다 성장과정에서 가장 큰 상상력을 키워 준 틴테이블의 존재를 배제하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어린이 방송을 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상상한 많은 생각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대도 지금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린이 방송에 대한 내 마음은 요즘 말로 심쿵이라는 표현이 꼭 맞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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