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칼라 고무신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여전히 부산사람으로 살아가지만 그 시절에 부산은 신발공장이 많았다 그래서 한집 건너 한집이 신발공장에 다니곤 했다 우리 동네도 다르지 않아서 집 앞 큰길에는 신발공장으로 가던 사람들이 통근 버스를 타고 가곤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무신은 1922년 대장군표 고구신이다 순종은 최초로 고무신을 신은 한국인이다 폐고무를 이용하여 만든 검정고무신은 1932년대에는 만월표 왕자표 1970-80년대에는 말표 왕자표 기차표가 고구신 브랜드로는 일류였다 지금도 여전히 부산에서는 고무신을 만들고 있지만 이제는 성형틀을 이용한 방식으로 예전의 가마솥에 고무를 끓여서 골 따라 흐르면서 신발모양을 잡던 그런 방식은 애당초에 사라졌다
고무신을 보면 언제나 고무신 공장에 다니던 아랫채에 살던 순이 언니를 기억한다 학교를 다닐 때에 주로 운동화와 케미슈즈를 신었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고무신을 지금의 슬리퍼처럼 여기저기 두고 신었다 그중에서도 아버지가 집에서 정원 가꾸기 하실 때에 신는 하얀 고무신을 이 질질 끌고 다니면서 벗기도 편해서 자주 신었다
순이언니는 그 하얀 고무신을 만드는 공장에 다녔다 가끔씩 하자가 난 고무신을 가져오기도 하고 고무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여덟 살 정도 터울이 있어서 그런지 고무신 공장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노는 날이면 그 언니에게 모여들어 아이들은 고무신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야기를 듣곤 했다
요즘은 고무신이 색깔도 다양하고 환경유해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뉴칼라고무신이 다시 등장해서 옛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발에도 촥들러 붙고 가벼운 뉴칼라 고무신은 정말 패션과도 잘 어울리는 광고를 접하면서 복고풍도 이런 복고풍이 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광고에서는 인류에게 거의 완벽한 발명품 중 하나라는 고무신에 대한 극한 찬사가 붙어 있다 이 칼라 고무신을 보면서 오래전 고무신에 대한 기억들은 저절로 되살아나고 또한 고무신에 대한 기억들을 새로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