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나의 성장과정에서 늘 함께 하던 나무는 감나무이다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보면서 나는 늘 마음에 환한 기쁨을 느꼈다 길을 가다가도 길거리에서 감이 달린 집을 보면 그냥 절대로 지나차지 않는다 그걸 먹고 싶다거나 따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다 나의 마음을 잘 못읽는 사람들은 내게 말하곤 한다 그게 그렇게 탐나는 거야라고
하지만 내게 감나무는 그런 식성을 자극하는 과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추억이 너무 오랜 세월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다 풀어내기에는 감나무에 달린 감보다 더 많은 생각과 의미들이 떠오른다 어릴 적 풋감을 따서 소금물에 담가서 떫은 맛을 빼서 별달리 맛은 없어도 그냥 먹곤 하던 기억 긴 장대로 손이 닿지 않는 감을 따려고 애를 쓰는 오빠에거 까치밥이라 따지 말라고 하시던 아버지의 뭔가 다른 음성에 대한 기억부터 단맛이 주는 사글거리는 씹는 맛 속에서 엄마가 좋아하던 그 단감의 아삭함을 공유하던 기억까지 내게는 감과 관련된 너무 많은 추억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감나무를 더이상 기르지 않는 아파트에 살면서 가을이면 떫은 감이든 단감이든 대봉감이든 베란다에 세네 종류의 감을 박스째로 갖다 놔야 마음이 풍성해진다 곶감도 만들고 대봉감으로 홍시도 만들고 감말랭이로 고추장에 버무려 밑반찬으로 장아찌도 만들고 수정과에 곶감이된 감을 띄워 먹기도 한다 감나무에 대한 추억 속 사랑이 결국은 감에 대한 무한사랑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지금도 나의 감사랑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