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의 힘
아 나의 마음은 무엇을 잊었을까
푸른 잎 가지안에 푸른 열매 찾다가
눈독에 달아 동글동글 살진 놈들이
이젠 입쌀이 딱금한 솜털까지 보이나
머언 예일처럼
이제 다시 푸른 하늘생각하고
가지 넘어 퍼지는 저녁노을이여 -김윤성 「청과」
서정시가 지닌 특성으로는 독백적인 진술이어야 하는데 이는 특별한 개인적인 발화성을 가지며 대화방식에 노출되지 않고 화자와 동일시 된다 서정시에는 또한 주관성과 내면성 필요하다 왜냐하면 서정성은 서정적인 자아가 대상을 바라보고 대하고 느낀 일체의 방식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에 특히 주관적인 표현을 통해 자아와 세계 간의 상호 작용을 표현한다
따라서 서정시에서 주관성은 배제될 수 없다 또한 서정시는 순간에 포착된 체험을 서정적 자아가 인식하고 이를 표현하기 때문에 단순하며 겉으로는 단순성을 지니는 듯 보이지만 내면적 복잡성을 함께 지닌다
서정성을 지닌 시들은 대체로 음악성을 지니먀 응축된 정서를 비유로 표현한다 다음의 시 역시 당대 현실 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감지한 대상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시각이 비유를 통해 표현해 낸다
추억의 되새김질은 김윤성의 「청과」<부인신보>(서울, 1946.5.31)에서도 나타난다. 화자는 서쪽으로 열려있는 들창 하나를 바라보면서 손을 내밀면 딸 수 있을 것 같은 푸른 과일을 바라보다 긴 생각에 잠긴다. 푸른 과일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화자는 그동안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삶을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