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마주치면 참아 씀씀히
모른체 지나치는 사람들
하마 다시 만나 못볼
너무나 서럽던 반가움에
심지 돋구어 무릎이랑 맞대고
옛날 옛이야기 삼아 꽃 피우며
어둠 속 오오래 빛내 보지 못한 것
새로 누리어 다만 영원한 그 영원한
날을 향하던
우리 진정 봄되어 서러워라
-李相魯 「옛이야기 삼아」
기억이나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축척되며 공통적으로 마음에 다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내 안의 나를 내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불러낸다는데 있다 이는 의삭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 잇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찾아오게 된다 그러한 계기는 사람 혹은 사물 자연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기억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 사소한 소리 이야기 감촉 등 현전 presence 하는 체험 등과 관련이 있고 이는 감정과 직결된다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모든 것을 잊는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망각과 기억의 공존 사이를 걸으며 때로는 잊었던 것을 기억하려고 애를 쓰고 또 때로는 기억하는 것을 잊으려고 애를 쓰는 모순된 상황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쓰며 살다가 삶을 마무리한다
망각이 때로는 유사한 다른 기억으로 변해 아주 깊은 무의식의 기억 속에 보존되기도 한다 어지간해서는 떠오르지 않는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우연을 가장한 자리에서 갑작스러운 기억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작은 소리나 촉감 느낌 등으로 그냥 다가온다
李相魯의 「옛이야기 삼아」<부인신보>(서울 1947.6.14)에서는 아무리 짓밟힌 청춘이지만 다시 일으켜 세워 춤을 춘다 다시 만나보지 못할 것이라는 서럽던 일들이 막상 만나고 보니 반가운 일이 되고 보니 영원한 날을 맞아 봄이 되리라고 한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다시 만나게 된 기쁨은 무척 크다 서럽고 반가운 마음들을 무릎 맞대고 옛이야기를 꽃피워보니 오래도록 누려보지 못했던 많은 나날이 새삼 서럽다
시간의 외부적인 요인인 추억과 기억들을 돌이켜 보는 가운데 망각 속에 존재하던 다양한 감각과 인상 우연 등으로 마주친 대상에 대해 추억하고 기억해 내면서 옛이야기가 가져다주는 총체적인 필연인 서러움을 찾아가는 화자와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