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처식 「울타리 없는 마을」

시대정신의 힘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마을 한복판엔

속빠진 느티나무

풍상깊은 옛일을 웅변하고

박꽃 핀 초가집은

태고적 에덴을 동경하는데

이 마을 아기넨

행복을 잘근잘근 반추한다

-함처식 「울타리없는 마을」



해방공간의 시대정신은 한마디로 자기반성이 갖는 힘이다 기본적인 삶마저 위협당하는 혼란함 속에서 그리고 좌우 이데올로기의 충돌 속에서 체험한 다양한 정신적 변화는 결국 우리 문학의 자아성숙과 공동체 의식 자각이라는 훈련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자각은 결국 시로 형상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내적 표현을 거쳐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이로써 새 출발의 혼란함을 극복하고 적응하는 양상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 생존을 위협당하는 험난했던 삶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좌절 안도감 적개심 등과 같은 감정을 겪어왔다 따라서 해방공간을 지배하는 정신적인 힘이란 당대를 살아온 개개인의 보편적인 이성이 모여 그 시대를 담당하는 시대정신으로 형성된다

함처식의 「울타리 없는 마을」<부인신보>(서울, 1947.7.17)에서도 추억은 나타난다 과거의 살기 좋은 고향을 떠올리면서 이러한 유서 깊은 마을에선 사람들이 오순도순 살고 향기로운 사향이 무르익는 평화로운 마을에는 오히려 법률이 할 일이 없는 마을로서 더없이 살기 좋은 새마을이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李相魯 「옛이야기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