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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지「그 사람 P에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열두칸곧은길 접어들면 썩은 나무다리

두다리 건니고 그 사람이 없어도 찾어나보와야지

어제는 내살길위에 서운함이

도께비 파리잡이였어 아니찾어본 것이었오

-정원지 「그 사람 P에게」




서정시는 시대를 막론하고 생각과 감정이 주를 이루기애 주관적이다 시간속에서 순간 포착한 서정성을 자아와 걸리감을 두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것이 본질이다 서정시는 음악성을 추구하며 특정한 그 무엇과의 일체성을 추구하는 동일성을 지니는 자아와 대상의 일체성을 희망하는 의지자 나타난다 따라라서 외부 세계와 자아를 달리 구분하지 않으며 거리를 두지 않는 툭징이 나타난다 전통작인 서정시는 주관적 감정을 주로 표현하지만 이는 하나의 양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정원지의「그 사람 P에게」<부인신보>(서울 1950.4.17)에서는 홀로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고독함이 나타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몸소 찾아 나서고자 다짐하는 모습은 수동성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난 뒤, 먼 옛날의 그 사람이 궁금해지고 그 사람이 아직도 배나무 동리에 살고 있는 지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 그동안 삶이 고단하여 그 사람을 찾아볼 기력이 없었건만 이제는 썩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곧 찾아보리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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