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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고적」

시대정신의 힘

by 김지숙 작가의 집




당신은

이밤을

이미 잠들엇을 것을......

내게서

사랑 정열 지성을 빼앗고

쓰린 공허만을 남긴 고적!

아-이는 어듸서왔오? -김동순「고적」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시의 주제는 기다림 때로는 그리움으로 덧칠되거나 만나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갈망은 염원으로 남기기도 한다 셀리는 ‘시란 적절한 장소에 적선한 말(정한모외)’이 시라고 정의했다. 해방공간이라는 장소에 가장 적절한 적선은 바로 수많은 헤어짐과 기다림이 뒤범벅된 나날들의 연속을 표현한 말일 것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시로 김동순의「고적」 <부인신보>(서울 1948.1.13.)이 있다. 이 시에서는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이 주를 이루며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면서 잠 못 이루는 번뇌의 밤이 길어지면서 사랑에 수동적인 자세를 보인다 고적이라는 외롭고 적적하다는 의미를 떠올린다면 화자가 당대 상황 속에서 수많은 종류의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으로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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