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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圭南 「버들피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아아 버들피리 뜨거운 그 우름아

아이에 처녀의 가슴은 소지말어라

그러치않어도 산과 들에는

봄아가씨의 붉은 마음의 꽃송아리가

버섯처럼 모쪼리 피어오르더라

-李圭南 「버들피리」






서정성을 지닌 시를 지칭하는 말 lyric는 lyra라는 일곱 개의 줄을 지닌 악기의 명칭에서 비롯된다 이 악기에 노랫가락을 맞춰서 노래를 부를 듯이 그 리듬이나 음조 율조 등이 노래가사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데서 감동을 이끌어내고 그러한 특징들이 개인적 서정 자연 등과 어우러져서 기쁨 슬픔 등과 같은 서정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 말의 유래에서 서정성을 알 수 있듯이 원래 악기에 맞춰 부르는 노래의 가사였다

이로 인해 서정시는 소리나 리듬 율조 등의 음악성이 강조되며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내면 정서를 표출하는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한 개인의 감정을 미감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양식상의 특징으로 인해 기법이나 장치 등과 같은 수사미와 함께 개성이나 독창성 등이 함께 강조되는 특징을 보인다 대체로 개인적인 자아와가 지닌 주관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삼아 객관적 세계를 내면에 용해하여 개성적인 면을 지닌 자아화를 구사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인간의 섬세한 내면을 포착하여 읽는 이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느끼는 감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들은 자연과의 특별한 체험을 통해 유대감을 발현하고 생명성에 귀를 기울이며 공동체적 연대감마저 불러들이는 시적 접근방식을 택한다

이규남의 「버들피리」<부인신보>(1947.6.28)에서는 봄의 환희로운 정경을 처녀의 설레는 가슴과 더불어 세밀하게 잘 그려 놓았다 시에서 봄은 바람을 곱게 실어와서는 달팽이가 뽕나무 가지를 더듬게 하고 나비를 늘어지게 앉아 있도록 만드는 아지랑이를 끊이지 않게 부지런히 우주를 빚이내는 봄을 칭송한다

그 밖에도 최경의 「송춘사-봄을 보내는 노래」<가정신문>(1947.6.18)에서는 봄을 보내는 아쉬운 심정을 그려놓고 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살짝 와서는 달아날 때에는 급하게 달아나는 봄의 모습이 서운하여 다음 해에 올 때에는 반가운 소식이나 꼭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 시들은 자연을 소재로 개인적 서정을 풀어낸다 이 시기의 자연 서정시들은 프로 경향파시들이 지닌 주제적 성격을 배격하는 청록파 시들을 위시한 토속적 서정성을 지닌 김종한 이호우 이한직 등의 시들이 문단에서 주류를 이룬다 특히 여성 시의 경우 1940년대 초기 시인들이 가졌던 수식어의 남발과 감상주의적 특성을 극복하고 시대의 감각을 앞서 수용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여성 시인으로는 구국의 인간상을 서정적으로 인식한 모윤숙 주로 고향과 향수를 꿈꾸던 노천명 오일도 김명순 김일엽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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