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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무제」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마침 지나가던 어떤 헙수룩한

노동복을 입은 젊은이가

뒤를 돌아보며 욕을 한다

나는 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혼자우섯다

-김성근 「무제」<가정신문>(1947.7.22)




1950년대의 정신사를 언급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해방을 겪어온 만큼 새 출발이 갖는 혼란함이 나타난다 좌우이데올로기의 극심한 대립은 1948년을 전후하여 최고조를 이루게 되고 문학작품 속에서의 해방은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의 정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남북이산이라는 시대적인 고통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당대의 삶 속에서 갖는 고단한 삶의 현장이 시화되어 있다

김성근의 「무제」<가정신문>(1947.7.22.)에서는 당대 현실적 상황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날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젊은 여인 헙수룩한 노동자 그리고 화자인 나가 등장하는데 이들의 신분은 각기 다르다 젊은 여인은 상류계층 노동자는 하류계층 그리고 나는 중류층임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당대 상황 속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시들은 당대현실성이 강하게 결부되어 표현된 시로서 나라를 위해 몸소 나서 주기를 바라는 애국선동의 목적성이 드러나는 시 혹은 당대 현실상황을 서정성이 결부된 내용으로 담아내고 있는 시편들이다 지나간 역사도 번뇌의 세월도 오늘날 조국의 여성을 바라보고 새역사를 만드는 그들의 힘찬 모습을 보라고 하여 여성에 대한 환희로운 찬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의 새 생활 속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고전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바라는 시들도 있다

그밖에도 모윤숙의 「단오로다 창포시절」<부인신보>(1947.6.22)에서는 단오날 창포물에 머리감고 맵씨있게 그네를 타는 여인의 앵도빛 뺨과 시집살이에 눈치보며 단오날이 되어서야 마음껏 돌아볼 수 있다는 여인네의 심정들을 담아 놓고 있다 단오놀이를 통하여 대문 밖의 동네눈치로 쌓였던 여인네들의 다양한 수심을 털어버리라 한다 화자의 마음은 정 둘 곳이 오직 하늘이라 하여 마음의 허전함을 그네로 달래고 있다 당대 현실 속에서 수심 많은 여인들의 현실 대처 방법을 그네타기로 제시하는 데 이는 앞의 시에서 패기 찬 여인들의 활동적인 모습과는 달리 매우 수동적이고 차분하고 한스런 고풍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구상의 「여인상「<부인신보>(1947.6.20)에서는 당대 여인의 바람직한 상으로 후덕하고 미소가 적당히 담긴 모습과 당사 같은 마음씨를 꼽는데 이는 활기차고 생활력 있는 모습이 아니라 고전적인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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