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가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 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 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 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을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친구여, 그대가 혼자 걸었던 날의 흐르는 강물을
부디 잊지 말길 바라네
서로를 주장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 마침내
수많은 낯선 만남들이 한 몸으로 녹아드는 강물처럼
그대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스며드는 곳에서 삶의 심연을 얻을 거라 믿고 있네
그렇게 한 인생의 바다에 당도하리라
나는 믿고 있네
-유하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에 따라서는 행복의 요건을 경향 기호 욕정 쾌락 이익 안락이 아니라 충직함 의무의식 극기 단념 엄격과 같은 도덕성에 무게를 둔다 이들은 살아온 환경과 관계의 여부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덕을 중심으로 명성 쾌락 고통 부 빈곤 건강 질병 삶 죽음에는 관심 없이 우주의 법칙과 이성적인 필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인간이라고 하고 이런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과 부유함 자유로움 아름다움을 지닌 자라고 규정한다 이는 과거 스토아학파가 추구하는 행복과 유사하다
반면 노자는 자연을 본받고 따르는 길이 행복하다고 하였으며 자연을 아는 것이 행복의 기본이라고 한다
스스로에게 걸림이 없이 살아가는 삶의 진리를 자연에게서 배우는 셈이 된다 그렇더라도 사람은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통계는 여러 통게에서 드러난다
유하의 시에서 화자는 자신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이전에 알던 기쁨과는 조금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러한 점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뿌리 깊은 나무의 존재만큼 서로에게 깊이 다가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혼자인 때를 잊지 말고 좋은 과계를 유지하여 오랜 세월 흐르는 강물처럼 잘 살아내기를 바라는 친구의 사랑에 대한 축복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자연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상대를 키워내는 힘을 가지듯이 친구에게도 그러한 자연처럼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행복을 바라는 마음속에서 새는 새와 나무는 나무와 나는 그대와 자연의 흐름처럼 사랑하고 그렇게 어우러져 사는 길이 진정한 행복임을 화자는 언급하고 있다 사랑은 수직적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방식이며 진정한 사랑은 자연을 본받아 살아가는 것으로 이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방법이라는 점을 화자는 깨닫고 이 깨달음은 바로 하느님의 칭찬 소리이며 그 소리를 듣는 보석의 귀를 가질지도 모른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