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행복」
우리는 욕망이 충복된 상황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식욕 성욕 재물욕 권력욕 명예욕 등으로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사람마다 자신이 바라는 욕망의 정체성에 충분히 만족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이러한 외부 적 상황적 조건에 의한 욕망의 충족 등에 비례해서 행복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외부조건과 행복도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풍요 속에서 행복도가 나타나기도 하며 욕망의 충족이 일어나지 않아도 행복감은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치환의 「행복 」에서 화자는 세상의 고달픔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이어온 연분에 화자 스스로 애뜻해 하며 그러한 환경 가운데서도 사랑할 수 있는 점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유태 격언에서는 행복에서 불행의 거리는 한 발짝밖에 안된다
하지만 불행에서 행복의 거리는 매우 먼 거리라 한다 행복의 가까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먼 거리에 행복이 있기에 행복할 때에는 항상 불행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불행할 때에는 온 힘을 다해 그 곳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의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며 잔잔한 행복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