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 「여인」

행복이란 무엇인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어쩌면

엷은 입술

혀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면

아슬아슬 눈감길 듯

떠오르는 추억이요!


옛날엔

아무렇게나

행복해 버렸나보지?


아니

정말로 이제금

행복해 버렸나보지?

-한하운 「여인」



사랑하는 자의 영혼이 주는 고요함에 젖어들 수 있고 숭고한 정신세계에서 진리를 인식하면서 지속적으로 기쁨을 누린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더 이상 무엇을 갖기를 원하는 것도 아닌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행복에 데한 의식이 쉽게 작용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쉽게 행복할 수가 없다 주어진 처지에 올바른 판단을 하고 이성적으로 만족감을 갖는다면 이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한하운 시 「여인」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다 보니 행복한 순간을 비의도적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화자에게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여인을 향한 마음은 변함없는데 여인의 마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아마도 그녀가 자신과 함께 했던 행복의 순간들은 그녀에게는 진정한 행복이 아니었던가 원망을 한다 현재 연락되지 않고 사는 행복이 여인이 원하던 진정한 행복이라는 점을 깨닫는 순간 화자는 못내 섭섭함을 표현한다

로버트 스텐버그에 따르면 사랑의 행복은 열정 친밀감 헌신에서 온다 열정은 뜨거운 욕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친밀감은 따뜻한 상호지지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헌신은 다소 차가운 면이 있는 선택이고 책임감이다 이성 간에는 이 세 요소가 균형 있게 포함된 것이 완전한 사랑에 가깝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화자와 화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관계는 완전한 사랑의 관계가 와해된 상황임을 알 수 있으며 화자의 마음 상태는 행복과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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