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낙원은 가시덤불 속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죽은 줄 알았던 구슬 같은 꽃망울을 맺혀 주는 쇠잔한 눈 위에 가만히 오는 봄기운은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밖에 다른 하늘에서 오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모든 꽃의 죽음을 가지고 다니는 쇠잔한 눈이 주는 줄을 아십니까 아아 행복입니다

구름은 가늘고 시냇물은 얇고 가을산은 비었는데 파리한 바위 사이에 실컷 붉은 단풍은 곱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풍은 노래도 부르고 울음도 웁니다. 그러한 자연의 인생은 가을바람의 꿈을 따라 사라지고 기억에만 남아 있는 지난여름의 무르녹은 녹음이 주는 줄을 아십니까 일경초一莖草가 장육금신丈六金身이 되고 장금육신이 일경초가 됩니다 천지는 한 보금자리요 만유萬有는 같은 소조小鳥입니다 나는 자연의 거울에 인생을 비춰 보았습니다 고통의 가시덤불 뒤에 환희의 낙원을 건설하기 위하여 님을 떠난 나는 아아 행복입니다


-한용운 「낙원은 가시덤불 속에서」




인간의 행복에 대한 접근은 쾌락적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이 경험하는 주관적 유쾌한 상태를 말한다 반면 자기실현적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현하여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해 내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이를 주변과의 연관된 요소들로 따져 보면 삶의 행복도는 활동 성격 등과 같은 내적 요소들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주변환경에서 오는 행복감의 정도 금전이나 건강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외부환경과 같은 물질적 불편함은 적응을 통해서 극복이 가능하며 내적추구를 방해할 요소로는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본다 ((Brickman Coates & Jonoff Bulman 1978)

한용운의 시 「낙원은 가시덤불 속에서」의 화자는 자연환경 속에서 느끼는 무한한 행복에 대해 언급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건강해지고 행복감도 늘어난다 스트레스가 감소하며 인지 회복기능이 좋아지고 자기 조절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갖는다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갖고 집중력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되는 등 자연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다 일상이 자연환경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휴식이나 치유의 효과도 가능하며 행복의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화자의 내적 만족감으로 알 수 있다

멕시코 잇손(ITSON) 대학 연구팀의 헤르난데스(Laura Berrera-Hernández) 교수에 따르면 자연과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놀라운 수준의 행복감(greater levels of happiness)을 표현하며 살고 있다 자연과의 유대감이 높은 아이의 경우 행복도가 높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앞서 언급된 시들을 요약하자면 한용운의 시「행복」은 김남조의 시 「행복」과는 다르며 유치환의 시 「행복」에서 느껴지는 행복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와닿는다 이는 상대와의 사랑의 결실에서 오는 행복도 아니고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행복도 아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통을 당함으로 오는 행복감이라 여기기에 행복을 느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일반적이지 않은 행복은 한용운의 「복종」 윤동주의 「십자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유치환의 시「행복」의 경우 화자는 사랑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앞서 언급된 시와 다르며 비록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랑하였다는 그 사실만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김남조의 「행복」과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같은 제목의 서로 다른 내용으로 표현된 두 시의 경우에는 남녀 간의 사랑과 행복이라는 공동된 시의 주제를 통해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을 묘사하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심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김남조의 시의 경우 화자는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상태이며 동등한 상태에서 사랑을 이룰 수 있다면 매우 행복할 것이라 한다 두 시에 나타나는 행복을 비교해 보면 김남조의 시보다는 유치환 시의 화자가 깊이 있는 행복감을 느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용운의 시와 유사한 심상은 나태주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7」 시에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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