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행복」

행복이란 무엇인가

by 김지숙 작가의 집

가난 속의 幸福

B. 프랭클린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줄이거나 소유물을 늘리면 된다고 했다 또 나폴레옹은 행복을 사치한 생활 속에서 구하는 것은 마치 태양을 그림에 그려 놓고 빛이 비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굳이 이러한 격언을 들지 않더라도 행복을 표출한 시인들의 시는 개인적으로나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물질적인 부유함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천상병 「행복」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임이요(마 5:3) 예수의 산상수훈 가운데 8번째 복 가운데 첫번째가 바로 이것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슷로 자기의 처지에 만족하기 때문에 교만하지도 자랑하지도 읺고 자기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다 도덕과 양심을 지닌 존재로 부자나 타인의 것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난한 자는 행복하고 부자인 자는 불행할까 아니 그 반대로 느끼는 것이 더 많다 오늘 날은 물질만능의 시대이고 그 속에서 살다보면 가난한 자에게보다는 부자인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럼에도 천상병의 시에서 「행복」 시의 화자는 작은 물질에도 감사하며 행복해 한다 간첩혐의로 기소된 친구의 수첩에서 이름이 나온 것으로 여섯달을 갇혀 있다가 성기를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불구의 몸이 되고 후유증으로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이후 그의 삶은 막걸리 일상으로 점철된다 천상병의 시를 읽으면 그의 삶과 그의 시 화자와 시인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 이르게 되고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가 느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천상병의 시 「행복」은 오히려 부유함이 아니라 안빈낙도에서 온다고 믿는다 보통사람들 생각에는 그리 행복할 것도 없는 시인의 일생이지만 그의 시에서는 순도100이라는 행복지수를 보여준다 비싸고 좋은 술은 아니지만 아내가 직접 사다 주고 아이도 없으니 뒤 걱정이 없다는 생각과 아내가 이쁘니 딴 여자 생각도 없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화자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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