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나의 가난은」

행복이란 무엇인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오늘 아침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천상병 「나의 가난은」

흔히들 가난을 자발적 가난과 강제된 가난으로 구분 한다 강제된 가난 속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이나 성자들은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여 살아간다 어쩌면 가난은 이렇게 딱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3의 가난 유형이 존재한다 그것은 성자는 아니지만 가난한 환경 속에서 물리적이고 경제적인 가난과 가난한 환경을 심리적으로 초월하는 가난도 있다

여러 유형의 가난들을 보노라면 경제적 가난은 행복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철학자나 성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유함이 행복함을 가난함이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가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천상병 시인의 시 「나의 가난함」에서는 화자의 삶은 비자발적 가난으로 시작되었지만 가난이 고통스럽다거나 부끄럽다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라 그 속에민ㅇ; 느낄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을 느끼는 것과 일치한다 심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스스로의 삶을 부양할 능력도 없었고 철없는 어린 아이처럼 아주 연약했다 그라고 결혼 생활 역시도 고난과 고통이 동반되었으며 그의 아내는 님사동 골목에 찻집을 열어 생계를 꾸려가게 된다 직업이 가난이라는 스스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점을 인지한 시의 화자에게 현재는 당장의 쓸 돈이 조금 있지만 내일이며 모레가 되면 사라질 것에 걱정한다 삶이 곧 시이고 시가 곧 그의 삶인 화자 자신이 가난하게 살다가 간 무덤 앞에서 괴로웠지만 그런대로 살다간다는 마음 아픈 묘비명에나 새길법한 말을 남긴다 시인은 화자의 입을 통해 비자발적인 가난한 삶은 불행하다거나 절망스럽다기보다는 주어진 경제적 여건 속에서 만족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돈과 행복은 서로 상관 관계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자신에게 주어진 당면한 현실에 오히려 감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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