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설악산



올해 초봄에 설악산을 다녀온 뒤로 단풍 철이 되어 다신 설악산으로 향했다 부산에 살면서 설악산에 여유 있게 다녀오려면 최소한 2박 3일은 잡아야 하지만 이곳 정동진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한두 시간 내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동안 가능한 한 다녀 올 생각이기 때문이다

가을의 설악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답게 사람들이 붐볐다 오대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는 엄청남 유명세를 과시했다 차댈 곳이 없어서 입구에서 꽤나 많이 떨어진 도로변까지 차를 대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도로는 4차선이 2차선으로 변해 교통체증이 도도시시내보다 심각했다

오대산에서 경험한 바가 있어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입구부터 돌아가는 차들이 줄을 서서는 정말 많이 밀렸다 아침부터 오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오색 약수터로 향했다 오색약수터까지는 설악산의 속내를 볼 수 없다 무장애 구간을 통과하고 나면 제법 설악산은 자신의 예쁜 모습들을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도 처음 봐서는 그냥 사람이지만 말을 하고 오래 바라볼수록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설악산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보여주는 모습으로 자신의 매력을 감당하기 힘들도록 눈을 떼기 쉽지 않다

오색약수터구간은 정말 쉬운 길들로 이루어져 있고 용추폭포까지는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어서 지난번 경험으로 다시 그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악산은 지난 초봄에 보던 느낌과는 너무 달았다 봄에는 계곡의 뽀얀 돌들이 매력적이고 민민한 바위의 결이 눈을 사로잡았다면 가을의 설악산은 산전체가 다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한국의 명산이라고 말하는지 왜 저렇게 예쁜지 알 것 같았다

산을 좋아하지도 않은 내가 올라가면 내려올 것을 왜 그리 힘들게 오르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는 일을 그다지 이해하지 못한 내게 설악산 오대산 두타산 치악산은 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같은 곳을 몇 번을 다시 찾는 것을 이전의 나로서도 정말 상상도 못 하는 일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아마도 이런 명산들 가까이에서 평생을 살았다면 나는 산에 대한 다른 감정들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설악산은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눈을 떼지 못하고 걷게 된다 오대산처럼 계곡을 따라 단풍이 여기저기 많은 것은 아니지만 산봉우리들이 한결같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그 모습들은 다른 하늘을 이고 서서 자신만의 자태를 보여준다 아직은 단풍이 반도 들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절정이 내일모레라고 해서 팔구십 프로 정도는 들었겠지 싶었는데 아니다 단풍이 대수이겠는가 사람들의 옷과 모자 가방이 더 단풍처럼 강한 색을 풍기도 더 많이 눈에 띈다 아침에 올라간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길을 가지 못하는 외길에서 한참을 기다리기도 했다 밀려내려 오는 사람들이 무서우리 만큼 쉼없고 그 수도 많았다

그래도 가을 설악의 귀한 모습을 눈에 담는 동안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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