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리水亭里마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수정리水亭里마을




그 많던 집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오래된 5층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꿈꾸었던 추억도 떠나갔다

낙동강 재개발지구 사람들은 포클레인에 첫잠을 깨고

몽둥이에 난자당한 고향집의 몸뚱이 이리저리 구르는 꿈을 꾼다

터 잡고 살던 토종 우렁이

낮은 울타리 안의 섬초롱 명아주 금낭화 매발톱 애기똥풀들은

뿔뿔이 손 놓고 흩어졌다 자고 나면 키가 크고 자고 나면

아기들이 태어나던 마을이 사라졌다



어느 곳이든 재개발지구를 보면 마음이 심란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나들며 잘 살던 동네가 사람하나 살지 않는 폐허로 변해 버린다 수정마을에 잠시 산 적도 있고 늘 지나다닌 적이 있다 한참 부동산 붐이 불었고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는 이곳이 돈이 된다면서 재개발 딱지를 사라고 설교애서 말할 만큼 호재로 떠오른 동네다

그곳은 야트막한 동산과 금정산 상계봉에서 함박봉으로 뻗어 내린 언덕 한 기슭이 흘러내린 이곳에서 낙동강 자락이 바라보이는 마을이라 이름이 수정水亭이다 가야시대 고분이 발견된 곳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면 이곳에 사람들이 오랜 세월 거주했던 곳이다

조선 철종 때에는 양사재養士齋이라는 서당이 지금의 화명중학교 자리이다 이곳은 참 따뜻한 곳이다 해가 저물 무렵이면 낙동강변으로 석양이 물들고 그 석양아래 바라보는 강변 마을의 삶은 다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재개발이 되면서 사람들이 살던 마을은 허물어졌고 그들이 키우던 꽃이며 살림살이들이 길러리에 나뒹굴며 점점 황폐화되면서 도무지 예전의 모습은 찾을 수 없는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의 모습들은 고사하고 따뜻한 흔적들도 모두 훼손되어 포클레인의 괴력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이제는 옛 모습은 간 곳이 없다 높은 아파트와 잘 닦인 길이 새로 성형한 얼굴처럼 완벽에 가까운 도심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 가격에 열심이다 수정리 마을의 옛 모습은 전부 사라지고 다시 한번 탈바꿈을 했다 쌍전벽해라는 말이 딱 맞다 그래도 이름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수정마을 지하철 2호선 수정역이다

이곳에서 내려 한국방송통신대학 옆으로 나있는 길을 내려가면 화명 생태공원으로 진입한다 이곳 역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이루어질 즈음 시작되고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 주변을 재정비하여 새롭게 탄생한 곳이다 비닐하우스에서 각종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던 사람들이 더 깊은 시골로 떠나고 그들이 살던 곳은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내가 알던 사람도 이곳 낙동강 지류 주변에서 토마토와 상추 등을 재배하며 살았지만 재정비사업으로 거창으로 떠밀려 갔다 과연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인지는 주관적이다 개발이라는 명목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것도 소시민의 삶에는 슬픔이 될 수도 간혹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수정리 마을의 옛 모습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 화명우체국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면 아주 조금 남아있는 예마을의 모습이 있다 그나마 도로변에서 보면 찾기 힘들 지경이다 이렇게 우리는 또다시 수정리 마을의 옛 기억들을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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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뒷산(당산) ② 돌고지산 ③ 나팔산 ④ 학성산 ⑤ 안산

⑥ 개밭(하천부지) ⑦ 낙동강 ⑧ 금정산(고당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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